저는 내심 징그럽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학적 상상을 해봅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소설 <백년의 고독> 속 장면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마르케스를 비롯하여 라틴 문학에서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기법을 사용합니다. 뭔가 환상적이고 기이하며 마술적인 장면을 통해 라틴 국가들의 정치적, 역사적 현실을 비틀어서 담아내는 겁니다. 그렇다면 샛강숲 지렁이들의 삶을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한 번 그려볼까요.
‘여름이 시작되자, 샛강숲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렸다. 나무들은 빠른 속도로 가지와 둥치를 키우고 뻗어 나가 하늘을 다 가려 버렸다. 해가 들지 않는 숲은 하루 종일 컴컴했다. 잉어와 준치 같은 팔뚝만한 물고기들 수만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물고기들이 버드나무와 뽕나무에 걸려 퍼덕거렸다. 물가에는 파도가 들썩였는데 자세히 보면 지렁이들로 만들어진 파도였다. 나무에 까맣게 지렁이들이 매달렸으며, 어디선가 오리떼 수백마리가 날아와서 지렁이를 먹었다.’
그제 오후에 샛강숲을 잠깐 걸었습니다. 강변에 있는 뽕나무숲은 어둑하고 부드러운 흙길이 있는 곳입니다. 거기 청둥오리 다섯 마리가 어정어정 돌아다니는 걸 봤습니다. 제가 다가가도 관심이 없더군요. 그들은 땅에 부리를 박고 부지런히 지렁이를 잡아먹고 있었습니다. 한참 지켜보았는데, 지렁이는 끝도 없이 나오고 오리는 엄청나게 먹어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