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를 도와 반상근 정도로 일해볼 생각이었습니다. 2018년 7월 무렵의 일입니다. 다이나믹댄스반 언니들에게는 몇 달 자주 빠지게 될 거라고, 그러나 두어 달 지나면 다시 평소처럼 운동을 할 거라고 말해두었습니다. 은미씨, 일 해야 돼? 빨리 마치고 돌아와. 기다릴게요. 댄스반 언니들이 종종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8월 첫 주에 제주도에 놀러갔습니다. 전부터 잡아둔 여름휴가였어요. 하루는 은덕언니와 곶자왈 숲속을 걸었어요. 그런데 그 날 기억이 선명히 떠오르네요. 제가 곶자왈 숲을 다 걸어서 빠져나올 동안 그가 얼마나 자주 전화를 했는지! 창립총회를 위해 뭘 준비해야 하며, 설립 준비 서류로는 뭐가 필요하고, 누구들에게 연락을 해야 할지, 발기인 준비모임은 언제로 할지, 어디서 할지, 그는 묻고 또 물었습니다. 숲 속이라 핸드폰 통화음은 자주 끊기는데, 그는 질기게 전화를 하고 또 했습니다. 이렇게 성급한 분이었다니!
재촉하는 그에게 ‘창립하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반상근이 아니라 상근으로 일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정도면 휴가중인 저에게 전화를 그만하겠지 싶어서요. 물론 그의 열정을 좋게 보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간절하게 강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인데 도와주자 싶었지요. 그렇게 몇 달 기한으로 하려던 일을, 이제 중심에 서서 5년째 하고 있네요. 내일이면 한강조합 창립 5주년을 맞습니다. 잘 놀며 지내던 저를 채근하여 여지껏 한강에서의 삶을 살아가게 한 이가 누구인지 다들 아시지요. 네. 염키호테 대표입니다.
이재학 과장님이 저더러 5주년 기념행사에서 ‘한바시 (한강을 바꾸는 시간)’을 하라고 하더군요. 한바시는 ‘세바시 (세상을 바꾸는 15분)’을 차용한 것이지요. 과장님이 낸 숙제를 하느라 지난 5년의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정말 많은 일이 있었구나 새삼 느꼈어요. 저는 좋은 것 5가지, 나쁜 것 5가지를 통해 한강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각각 다섯 가지를 꼽아보는데 참 다행인 것은 좋은 것이 훨씬 많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