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아이들의 208
지난 토요일 (10.28)에 미호강에서는 진천에 사는 아이들이 새롭게 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생물대탐사에 참여하여 208종의 생명들을 만났습니다. 그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미호강의 자연은 그저 지나가며 멀리서 보던 풍경 정도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가의 인솔로 그들은 물고기와 새, 곤충과 풀, 그리고 양서파충류를 직접 보고 만날 수 있었는데요. 그토록 많은 생명들이 깃들어 살아간다는 것을 보게 되었을 때, 자연은 그들에게 새로운 의미가 됩니다.
한강조합이 강에서 하고 싶고, 해오는 일들이 그런 것입니다. 멀리 풍경으로 존재하는 강과 숲을 사람들 곁으로 끌어당기는 것입니다. 그 안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이 잘 살아가게 하고, 사람들도 고마운 마음으로 공존하며, 결국 그로 인해 강과 자연을 사랑하게 하고 싶습니다. 미호강에 살아가는 208종의 생물들을 만난 아이들은 그 강에 함부로 쓰레기를 던지지 않을 것이며, 강을 볼 때마다 그 생물들이 사는 모습을 상상하고 또 애정을 갖고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요.
어제는 고라니 소식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중랑천에 사는 수달 등을 보려고 관찰카메라를 설치했는데, 중랑천과 청계천이 만나는 합수부 부근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찍혔습니다.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이 순진무구한 생명이 과연 도심 한복판 중랑천/청계천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우리는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지 마음이 급해집니다.
이런 중랑천의 고라니와 수달, 원앙과 흰목물떼새 같은 아이들을 지키고 사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중랑천 시민포럼’도 다음 주부터 시작합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새로이 생명들을 보거나 알게 되고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라며 감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중랑천에 온 고라니가 모쪼록 안전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소설 ‘모비 딕’에는 ‘내 영혼에 축축한 11월의 비가 내릴 때’라는 표현이 있어요. 오늘내일 마침 11월의 비가 내린다고 하네요. 차분한 가운데서도 마음에까지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11월이 되시길 빕니다.
낙엽지는 나무들의 평안을 전합니다.
2023.11.02
한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