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219_입동 무렵 나무를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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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중랑천 강가에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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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입동(入冬)이었습니다. 아침부터 꽤 차가운 날이어서 따뜻한 외투를 꺼내어 입고 출근했습니다.
아침 9시를 조금 넘기면 한강조합의 이재학 과장님은 ‘함께 보는 소식’을 올립니다. 어제는 입동이어서 입동에 옛 사람들은 김장을 했다고 하네요. 저는 근래 읽은 ‘입동 무렵’이라는 시를 다시 꺼내어 읽었습니다.
밤비 오려나…… 바람이 별들을 쓸고 가버린 입동 무렵 연탄은 좀처럼 피지 않는다 (최영숙 시 ‘입동 무렵’ 부분)
시를 읽다가 내친 김에 입동에 관한 시들을 검색해보았습니다. 어떤 블로거가 125편의 입동 관련 시를 모았길래 몇 편 읽어보았습니다. 자주 나오는 단어들에 김장 같은 것도 있고, 가을과 겨울, 낮과 밤, 세월, 그리움, 비, 낙엽… 그리고 자연의 변화를 지켜보며 느끼는 감상들이 많았습니다.
입동 무렵이라 그런지 몰라도, 비도 자주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지기도 했으며 어디에서는 첫눈과 서리 소식이 들려옵니다. 저는 지난 일요일 저녁에 혼자서 우중 산책을 했습니다. 바람도 불고 비도 추적추적 내려서 그런지 공원에는 사람이 적었습니다. 길가에 줄지어 피어 있는 노란 국화에 한참 눈길이 갔습니다. 여름에 돌아가신 아버지 영정에 바쳐진 꽃들 같아서 서글프고, 그리움이 가득했습니다. 바람이 불어 맥없이 떨어지는 낙엽들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저 낙엽들도, 다시 돌아올 수 없이 떠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자꾸만 처연해지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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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핀 국화를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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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는 시절이라 그런지, 그도 아니면 자식들에게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회한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라 그런지, 마침 여동생도 아버지 사시던 집과 마을을 구글에서 검색해보며 그 과거 사진들 속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애타게 찾았다고 하네요. 여동생이 가족 단톡방에 그런 사진들을 한참 올렸을 때, 저는 이런저런 한강의 일들을 하느라 제대로 보지도 못했습니다. 저녁 나절에야 차분히 사진들을 넘겨봤지요. 쇠락한 집의 모습과 흐릿하게 보이는 혼자 앉은 아버지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오래 전 잃어버린 강아지 두부의 모습도, 아버지와 골목길에 서 있는 막내 남동생의 모습도 구글 이미지에서 발견했습니다.
바쁘게 살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끔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훌쩍 지납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한강조합의 동료들도 대부분 그런 편이라 때로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대표로서 미안하기도 합니다.
이번 주만 해도 그렇습니다. 월요일 저녁에는 중랑천 포럼이 시작되어 염대표님을 비롯하여 몇몇 직원들이 함께 했고, 수요일 저녁에는 진천포럼이 열러 진천의 직원들과 염대표님이 밤늦게 일을 했습니다.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공원팀장님들이 이틀 동안 진천에 가서 나무를 정리하고 심을 준비를 했습니다. 일주일 내내 계속 진행되는 프로그램, 행사, 교육, 자원봉사를 운영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그 외에도 각종 보고서 작성, 민원 대응, 방문객들 맞이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입동 무렵이 되니 더더욱 겨울 채비로 바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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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진천에서 열린 생다진천포럼에서 송기섭 진천군수가 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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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에서 수달 쉼터를 만들어주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C. 김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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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얼기 전까지는 나무를 심을 수 있기에 짬이 나는 대로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조금 의아하지요? 남들은 겨울 외투를 꺼낸다 만다 하는 사이, 저희들은 묘목을 살피고, 땅을 고르고, 나무를 심거나 구근 식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로 중랑천과 진천 미호강변에서 나무심기에 주력하고 있어요. 그렇게 심을 수 있는 만큼 심어 두면 겨울을 견디고 잘 자라날 것입니다. 나무심기를 하면서 주변의 가시박을 정리하거나 수달이 지나는 곳을 잘 보호해주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샛강에서는 우리들이 ‘백년 뽕나무’라고 부르는 (어느 식물 전문가가 수령이 백년 같다고 추정해서 부르기 시작했는데 정확치는 않습니다.) 노거수를 위해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이 나무는 샛강변에 자리잡았는데 물살 때문에 흙이 자꾸만 세굴되어 뿌리가 드러났어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흙 마대를 담아 강변에 쌓고, 드러난 뿌리에는 흙을 덮어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워낙 커서 시간은 꽤 걸렸지만 이제 뽕나무를 살리는 일도 거의 끝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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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 가까운 자원봉사자들이 백년 뽕나무를 살리는 일에 동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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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논습지에서 아이들이 벼를 수확했습니다. C. 강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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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는 샛강 작은 논습지에서 아이들과 벼 수확도 했습니다. 알곡의 일부는 겨울에 새들에게 주고, 나머지는 내년 파종을 위해 두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수확하는 날이라 아이들과 따라온 어른들에게는 떡을 준비해서 나누어 먹었습니다.
입동 무렵에 우리 어머니들은 김장을 해왔습니다. 그걸로 일년 동안 가족들을 먹이지요. 우리 한강 사람들은 입동 무렵에 나무를 심고, 어려운 처지의 나무들을 돌보고, 겨울이 오기 전 할 수 있는 일들을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이럭저럭 지내다 보면 첫눈이 올 날도 멀지 않겠지요. 그 때는 잠시 일을 놓고, 오래 그리움에 젖어 보고 싶습니다.
날이 부쩍 춥습니다. 모쪼록 건강 유의하시길 빕니다.
2023.11.09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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