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23_샛강과 중랑천의 Rewil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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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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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23_샛강과 중랑천의 Rewilding
 ‘인간이 아니라 자연에게도 법적 권리가 있는가.
나무와 돌고래, 숲과 강은 어떻게 법적 정치적 주체가 되는가.
동식물과 자연이 참여하는 새 정치체제와 거버넌스는 가능한가.’
(지구법학회 <지구법학> 뒤 표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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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곳곳에 수달이 돌아왔습니다. C. 최진우)

  
얼마 전에 ‘지구법학’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지구법학회가 지은 이 책은 ‘자연의 권리선언과 정치참여’라는 부제를 갖고 있습니다. 

지구법학(Earth Jurisprudence)이란 ‘인간 너머 존재들에게 생명적 가치와 권리를 부여하고, 더 나아가 그들에게 법인격을 부여하고자 하는 사유’라고 책을 엮은 김왕배 교수는 설명합니다. 비인간 존재들에게 권리를 부여한다는 사유가 관심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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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5일 샛강포럼에서 '샛강에서 꿈꾸는 Rewilding'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는 최진우 박사)

  
마침 화요일(12.05)에 있던 샛강포럼에서 최진우 박사는 비슷한 질문을 던져 저 역시 이런 사유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샛강에서 꿈꾸는 Rewilding, 자연과 인간의 관계 회복’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는데요. 일방적인 전달식 강의가 아니라 수강자들이 적극 참여하고 고민하도록 질문과 토론을 이끌었습니다. 

그가 던진 질문은 “샛강에서 수달은 어떤 존재인가?” “사람들에게 수달은 어떤 대상인가?”과 같은 일반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다가 “수달은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수달의 꿈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으로 발전합니다. 

‘얼마 전 샛강 포럼의 강연 의뢰를 받고, 덜컥 샛강의 리와일딩에 대해 논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강의 날짜가 다가오는데 구체적으로 뭘 말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포럼은 밤 7시에 시작하는데 아침부터 샛강에 갔다(내가 애정하는 수달 양말을 신고). 아침과 점심에 두 차례 샛강과 샛숲을 둘러보면서 나무와 새들, 그리고 수달의 감정을 느끼려고 시도해봤다.’  (최진우 박사님의 샛강포럼 후기 페이스북 글 인용) 

저는 자연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해 관심도 많은 편이고 또 그들의 삶에 대해 공감하고 지지하는 편이라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막상 최진우 박사님으로부터 “수달은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아 보니, 저 역시도 인간 우위에서 시혜적 관점에서만 수달을 생각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앞으로는 수달이 뭘 원하는지, 수달은 저를 어떻게 여길지, 그리고 샛강에서 살아가는 수달의 꿈은 무엇인지 가늠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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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포럼에서 수달의 생태에 대해 발제 중인 최종인 선생님)

 #중랑천 수달집과 노천카페
중랑천 포럼이 있던 월요일 (12.04) 낮에 수달 전문가이신 최종인 선생님이 카톡을 올리셨습니다. 그가 중랑천변에 만든 수달집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시화호지킴이셨던 최종인 선생님은 안산갈대습지에서 수달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쉼터나 집을 만들고 돌봐주는 일을 하셨습니다. 누구보다도 수달의 생애에 대해 잘 아시고, 수달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고 계신 분입니다. 

2021년 초에 샛강 수달의 귀환 시 첫 발자국과 똥도 그가 발견해준 것입니다. 그는 수달이 사는 곳, 가는 길, 먹는 것, 배설하는 것, 자는 것, 쉬는 것 등 두루 알고 계십니다. 그가 수달집을 만든 중랑천은 사람들의 눈길이 잘 닿지 않는 평범한 곳입니다. 

직선으로 흐르는 중랑천에는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있고, 강가에는 관목과 갈대, 달뿌리풀 같은 것들이 가시박 등에 뒤덮이거나 꽃씨를 뿌려 백일홍과 코스모스 같은 꽃들이 가끔 피어나기도 합니다. 여느 곳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콘크리트 강변 옆에 흐르는 작은 강에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살아갈까 싶죠. 그러나 중랑천에도 흰목물떼새가, 원앙이, 그리고 수달들이 살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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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강가에 최종인 선생님이 지은 수달집입니다. C. 최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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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강가의 작은 쉼터가 생겼고 아래 수달집이 만들어졌습니다.)

도심을 흐르는 작은 강에 수달집을 지어주는 것 자체가 바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 회복을 위한 시도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다소 황량해 보이던 땅에 자원봉사자들이 오래 묵은 쓰레기들을 치우고, 우리 공원팀장님들이 땅을 골라냈으며 가시박을 정리했습니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꽃씨를 뿌리고 나무도 심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최종인 선생님이 자연스럽게 은폐가 되는 수달집까지 지은 것입니다. 

부근에는 쓰러진 버드나무를 잘라서 만든 나무의자들도 몇 개 두었습니다. 그러자 그럴싸한 노천카페가 되었어요. 요즘 중랑천에서 땀을 쏟고 있는 염키호테 대표님은 주말에 자원봉사자들과 일을 마치고 나면 그 노천카페에 앉아 (일하느라 이미 다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곤 합니다. 마침 겨울이 되어 철새보호구역인 그 곳에는 온갖 새들이 몰려오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크네요. 

이렇게 저희 한강조합 사람들은 조금씩 더 자연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뭔가를 만들어갑니다. 그건 단지 수달과 같은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들을 삶을 풍요롭고 좀더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근처에 수달이 쉬며 잠을 자는 시간에 강물 위에서 노니는 청둥오리, 가마우지, 비오리, 쇠백로들을 보며 커피 한 잔 어떠신가요? 중랑천에 오셔서 자원봉사를 해주신다면, 커피값은 받지 않습니다. 

오늘은 대설입니다. 눈은 내리지 않고 기온은 오히려 좀 올라갔네요. 
항상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2023.12.07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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