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중랑천 탐조의 날에 참여한 어린이들 모습이 진지합니다. C. 이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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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지입니다. 절기답게 영하의 맹추위가 위세를 부리고 있네요.
이 편지를 쓰는 지금 체감온도는 영하 21도라고 합니다. 이런 날은 엄마가 해주시던 뜨끈한 팥죽 한 그릇 간절해집니다. 제주도에서는 팥죽을 쑬 때 밥알을 그대로 살려 만들어서 무뚝뚝한 우리 엄마 같은 맛이었습니다. 그래도 농사지어 수확한 팥을 씻고 불려서 죽을 끓였던 엄마의 손길을 생각하면, 고단하던 시절 자식들 키우느라 애쓰던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 가득합니다.
“맹순 씨는 참새가 가장 좋다고 했어요. 어미 참새가 자기 덩치만한 새끼 참새에게 들깨를 까서 먹여주는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하셨어요.
맹순씨를 보며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저희 엄마도 다 큰 저를 돌보기 위해 매번 반찬을 만들어 주십니다. 부모는 다 그런 존재 같아요. 새들도 사람도… 엄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나다. 자주 찾아뵈어야겠어요.” (여의샛강생태공원 김선영 운영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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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9일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있었던 맹순씨 북토크에서 맹순 씨와 임자 씨 C.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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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9일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는 맹순 씨와 함께하는 날이었습니다. 맹순 씨는 팔순이 넘어 새를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시는 할머니입니다. 그녀는 2018년에 생사를 넘나드는 큰 수술을 하게 됩니다. 이후 집에서 회복하며 지내는 동안 어디 나가기도 어려워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딸과 함께 새를 관찰하게 됩니다. 새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하자 새들이 베란다로 찾아오고, 새들과 제법 친해지게 되죠.
새들을 먹이고 새들과 대화를 나누며 새 그림을 그리는 엄마를 보며 따님 박임자 씨는 엄마가 아닌 ‘맹순 씨’를 새로이 보게 됩니다. 평생 엄마로서 살아온 정맹순 씨에게 딸은 맹순 씨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엄마도 그 이름을 참 좋아하신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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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9일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는 맹순씨와 함께 새를 보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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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순 씨가 그리고 딸이 글을 쓴 책 <맹순 씨네 아파트에 온 새>는 그렇게 탄생합니다. 참새, 박새, 직박구리, 멧비둘기, 동박새 같은 새들이 날아와 맹순 씨의 가족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맹순 씨와 임자 씨 모녀를 이어주기도 합니다. 모녀는 새를 관찰하고 돌보는 과정을 통해 서로에 대한 애정이 돈독해집니다. 새끼를 먹이는 어미 참새를 보며, 어렵게 자식들을 먹이고 키우던 시절을 떠올린 맹순 씨, 그런 맹순 씨를 보며 엄마가 살아온 고단한 시절을 애틋해하는 임자 씨…
#중랑천의 맹순씨들 “강바람은 매서웠습니다. 바람은 강물살도 위로 밀어 올려 강물이 거꾸로 흐르는 듯 보였습니다. 그 물결 따라 흔들흔들 물닭은 파도타기를 합니다. 원앙도 흰죽지도 고방오리도 그렇게 출렁이는 강물을 즐기고 있습니다. 바람부는 강물이 춥지도 않니? 웃음도 났습니다. 윤슬이 부서져 눈부시던 중랑천. 겨울을 즐기는 생명들이 일상 평화를 누리는 곳입니다.
눈물이 나도록 추운 날이었지만 청량하고 평화로운 그런 탐조의 날이었습니다.” (중랑천 시민탐조의 날 운영진 함정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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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중랑천에서 많은 시민들이 새들을 만났습니다. C.이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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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6일 토요일은 올 들어 가장 추울 거라는 예보가 있던 날, 아침 일찍부터 눈발이 폴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 중랑천 탐조를 하기로 한 날이라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런 날씨에 누가 올까 싶었어요. 그런데 걱정과 달리 많은 분들이 오셨고 78명 남짓 모여서 중랑천의 새들을 만났습니다.
에코샵홀씨 고대현 대표님을 비롯한 일곱 명의 강사들이 각자가 새와 자연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가이드를 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는 하천에 과연 새들이 얼마나 살까 궁금해서 오신 어른들이 중랑천 강가를 걸으며 새를 관찰했는데요. 매서운 추위에도 꿋꿋이 살아가는 새들을 보며 위안을 얻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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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탐조의 날에 만난 새들 C. 이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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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탐조의 날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 C.이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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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새를 보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 책 속 인물들의 삶과 상황에 저를 투영해보고 공감하고 위로를 얻거든요. 그처럼 사람들은 새들을 보며 새끼들을 돌보는 청둥오리, 홀로 먹이를 찾는 왜가리, 떼지어 먹이를 구하는 물닭 같은 새들에게 마음을 투영하죠. 새들이나 사람이나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구나, 힘들어도 자기 자리에서 잘 살아내려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호강의 버드홀릭 “아름다운 미르숲과 미호강에서 좋아하는 물새와 산새를 만날 수 있고, 참여자들과 자연과 새들로 소통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시작 전 추위와 폭설로 걱정이 많았지만 언제 이런 눈을 맞아보겠냐고 하며 설경 속 탐조가 큰 추억이라 말씀해주신 참가자들께 고마웠습니다.” (미호강 버드홀릭 운영자 박비호 과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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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미호강과 미르숲 일대에서 버드홀릭 탐조에 나선 사람들. C.박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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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탐조와 같은 날인 16일에 미호강에서도 ‘미호강 버드홀릭’ 탐조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생태학자 최한수 선생님이 탐조를 이끌었는데 그는 특유의 썰렁 개그를 하며 추위를 녹였다고 하네요.
이처럼 추운 겨울은 새 보기 좋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새들의 삶이, 자연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이 우리들의 삶을 조금은 포근하게 해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이 편지를 마무리하는 지금, 한강 사무실로 강고은 조합원님이 팥죽을 한 솥 가득 쑤어서 가져왔다고 하네요. 식구나 다름없는 한강 공동체 덕에 오늘 저도 뜨끈한 동지 팥죽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겠네요.
건강하시고 행복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2023.12.22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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