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들기름에 부치고, 소고기를 넉넉하게 넣어 자글자글 불고기 전골을 끓입니다. 계란후라이를 만들고 김을 잘라 냅니다. 양상추 치킨 샐러드에는 며칠 전에 얻은 블루베리 요거트 드레싱을 얹고 후식으로는 커피와 블루베리에이드를 준비합니다.
올 겨울 매주 수요일 점심이면 샛강센터에 숙이네 식당이 열렸습니다. 김명숙 선생님께서 몇 번 행사 때 어묵탕을 한 솥 끓여내어 대접하고 하시다가 다들 너무 맛있게 먹는 걸 보고 아예 임시 식당을 오픈한 것이죠. 그는 모든 재료를 집에서 일일이 다듬고 손질하고 밑국물을 낸 다음, 끓이거나 익히기만 하면 되도록 준비하여 가져옵니다.
50플러스 활동가로 샛강과 인연을 맺은 명숙 선생님은 끝없이 뭔가를 내어주는 분입니다. 또한 새로이 배우고 실천하는 분이지요. 샛강에서 샛숲지기로 자원봉사를 하고, 수달에 대해 공부해서 수달 강사로 나서기도 하고, 어린이수달기자단 운영을 도왔으며, 여러가지 활동 영상을 뚝딱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이처럼 여러 일들도 해내면서도, 그는 집에서 각종 먹을 것들을 요리해서 샛강센터에 들고 옵니다. 덕분에 저희들과 샛강센터에 자주 오시는 봉사자들은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곤 합니다.
여의샛강센터에는 주방이 하나 있습니다. 건물이 지어질 때 구내식당을 운영할 요량으로 지어진 주방인데 오랫동안 쓰임이 없었어요. 2019년에 센터에 처음 왔을 때 주방 문을 열자, 켜켜이 쌓인 먼지에 커다란 가스 조리 시설은 녹이 슬었고 오래된 낡은 프라이팬들과 망가진 식기가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부서지거나 망가진 집기들을 며칠에 걸쳐 치우고 청소하는 일은 염키호테 대표님의 몫이었어요. 그는 쓰레기 같은 것이 ‘방치’되어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죠. 구석구석 거미줄도 치우고 바닥까지 싹싹 물걸레질을 마치자 그런대로 쓸만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권무 팀장님이 수도꼭지를 새로 달고 베니어 나무판을 잘라 선반을 만들어줍니다. 뭔가 조리를 해먹을 만하다 싶게 되자 우리들은 집에서 남는 식기들을 하나 둘 가져왔습니다. 접시와 도마, 수저와 냄비, 후라이팬과 샐러드볼 같은 것들이 생깁니다.
한동안 어묵탕이나 국물떡볶이, 김치볶음밥이나 만두국 같은 음식들을 뚝딱뚝딱 만들어 직원들과 나눠 먹곤 했습니다. 이후 크고 작은 행사가 있으면 기본 김밥 같은 것은 사더라도 국물요리나 샐러드를 곁들이죠. 오시는 분들이 많을 땐 넉넉히 부침개 반죽을 해서 김치전 같은 것을 한참 부쳐냅니다. 음식을 같이 나누는 일은 어느새 프로그램이나 행사에서 꽤 중요한 일이 되었어요. 샛강이라는 자연으로 모인 공동체가 동시에 밥상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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