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34_사철나무의 눈을 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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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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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34_사철나무의 눈을 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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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여의샛강생태공원 C.정지환)

겨울의 아쉬운 작별인사였을까요. 
어제는 세상이 온통 흰 눈으로 덮여 겨울왕국이 되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여기저기 단톡방에서 샛강숲의 아름다운 사진들이 올라왔습니다. 

아침 클래식 라디오에서는 피아니스트 랑랑의 연주로 ‘Let it go’를 들려주더군요. 우리 한강의 고양이 이름도 랑랑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경쾌한 음악에 귀를 기울였어요. 

한강조합 총회 날인 어제 2월 22일, 어떤 하루가 될까 설레는 걸음으로 출근했습니다. 눈꽃으로 덮인 나무들을 올려다보며, 자연이 축하 인사를 건넨다고 생각하고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한편, 날씨가 궂어서 총회에 대의원님들이 잘 오실 수 있을까 염려도 했습니다. 총회는 과반 이상이 참석해야 성원이 되어 개최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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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샛강생태공원의 설경이 아름답습니다. C.정지환)

샛강센터 근처에 다다르자 아는 분들이 여럿 보였습니다. 목요일 아침마다 열리는 샛숲강사 양성과정에 참여하는 신상재, 김미경 선생님들이 가다 서다 하고 있었는데요. 설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구경하고 사진을 찍느라 그랬습니다. 

찬탄의 말을 나누며 나무들을 보는데, 신상재 선생님이 말합니다. 
“보세요. 겨울 눈 위에 겨울 눈이네요.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그녀의 말에 벚나무를 올려다보았는데, 잔가지 끝에 앙증맞게 달려 있는 작은 겨울 눈들이 하얀 눈에 덮여 예술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샛숲사 (샛강숲길을걷는사람들) 단톡방에는 정지환 사무국장님이 샛강숲 곳곳의 설경을 전했습니다. 더없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겨울 숲이었습니다. 같은 시간에 김현섭 공원팀장님은 나무와 숲이 아닌 사람들의 모습을 찍었습니다. 오가는 분들이 미끄러질까 염려되어 부지런히 눈길을 쓰는 사람들, 그리고 사철나무들의 눈을 털어주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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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사철나무의 눈을 털어주고 있는 어느 부부 C.김현섭)

윤중로에 면한 샛강숲 가장자리에는 어린 사철나무들이 길을 따라 심어져 있습니다. 1미터 남짓한 나무들은 생생한 푸른 잎사귀를 지니고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샛강숲을 매일 오가는 어느 부부가 사철나무들을 보살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눈이 무거워 어린 가지가 부러지거나 힘들까 싶어 눈을 털어주었다고 해요. 

대부분 사람들은 설경을 눈에 담고 즐기느라 바쁜 동안,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어야겠다는 마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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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앙 밥을 들고가는 새들을 위한 산타 최종인 선생님 C.함정희)

한강조합의 조합원들도 유독 그런 돌봄의 마음이 강한 분들입니다. 아침에 샛강에 강의를 들으러 온 고연희, 김미경 선생님들은 강의가 끝나자 부리나케 중랑천으로 갑니다. 선생님들, 저녁에 총회도 오셔야 하는데요? 제가 걱정스레 묻자, 새들 밥 주고 온다고 합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중랑천 철새들에게 밥주기를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제 수요일은 비가 많이 와서 밥주기를 하지 못했다고 해요. 질척거리고 위험해서 당일에야 활동을 취소하기로 했죠. 몇몇 분들은 그 날씨에도 중랑천에 나가다가 돌아와야 했어요. 

‘중랑천 새들의 친구’ 자원봉사자들은 새들이 밥을 기다릴 거라고 철석같이 믿더군요. 눈에 덮여 질척거리기는 매한가지인데, 새들이 배고플 거라며 종종걸음으로 갔습니다. 최종인, 함정희, 고연희, 김미경 선생님들이 그들입니다. 

#대의원총회를 마치고
총회는 감사와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자칫 지루하고 딱딱할 수 있는 총회가 웃음과 열기로 넘쳐났습니다. 사실 총회 날만이 아닙니다. 한강조합에서 활동하는 매일이 감사와 감동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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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의원총회에서 감사의견을 낭독하는 신석원 감사 C.김명숙)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이어지는 국제정세 불안정과 함께 우리나라 정치 경제적 환경변화에 따라 한강조합이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강조합은 대내외적인 환경변화에 위축되지 않고 기존의 여의샛강생태공원 위탁 및 후원운영사업을 지속성장 가능한 사업으로 안정화하는데 견고한 기반을 구축함과 동시에 순수한 시민참여로 시작된 성동 중랑천 사업과 기업의 후원을 바탕으로 한 충북 진천 미호강 사업으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구축하여 우리 조합의 미션과 비전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함께 자신감을 안겨주는 큰 성과를 실현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신석원 감사의 감사 의견 인용) 

생태문화를 만들어가는 비영리법인으로서 작년 한 해 활동을 꾸려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했고, 누구라도 환대하려고 했으며,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곁의 자연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이나 나무들에게도 마음을 내주려고 했습니다. 그 덕분에 수달도 원앙도 잘 살아가고 있고, 한강조합에 오면 행복하다는 분들이 늘어가는 것 같아요. 

총회를 마치고 새로이 시작하는 아침, 사철나무 눈을 털어주던 마음을 생각합니다. 올해 저희들도 그런 마음을 품고 한강조합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담담히 해보겠습니다.  
오래 전 한강편지에 황정은 소설 제목으로 인용한 것처럼 ‘계속해보겠습니다.’

2024.02.23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운 공존을 꿈꾸는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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