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봄이 찾아와 새로 햇빛을 받은 말들이 따뜻한 물속에 녹기 시작한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지랑이처럼 물오른 말이 다른 말을 부르고 있다 (나희덕 시 ‘이따금 봄이 찾아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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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숲지기들이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봄맞이 단장을 하고 있어요. C.강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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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초대하기로 해요.
우선 수선화와 튤립의 구근을 심어요. 제주도 바다의 너울과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좋아하는 수선화의 하늘거리는 몸짓을 초대하기로 해요. 서울숲의 호숫가에서 당신과 나란히 앉아 바라보던 노랑 빨강 튤립들의 소곤거림도 초대하기로 해요. 누구에게나 겨울은 좀 지치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땅을 밀고 올라와서 생기를 내뿜고 저들끼리 깔깔거리며 웃곤 하는 꽃들을 보면 응달 속 잔설도 그만 마음을 풀고 녹아내릴 거예요. 반짝이며 아지랑이로 피어오를 거예요. 봄비가 내려 라일락 검은 뿌리들을 긴 잠에서 깨울 거예요. 당신은 다시 봄날의 라일락 그늘 아래를 걸으며 지나온 추억을 돌아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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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다가오는 여의샛강생태공원 숲 C.김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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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이미 우리 곁으로 오고 있지만, 우리도 봄을 맞이하기로 해요. 봄의 잔잔한 걸음을 잊고 있을 때가 많았으니까요. 묵은 근심들을 걷어내듯이, 강가로 나가 쓰레기를 걷어 내요. 과거로부터 밀려 내려온 낡고 더러운 것들을 청소해요. 떠날 채비를 하는 겨울 철새들에게는 밥상을 넉넉히 차려줘요. 그들은 오래 날아가야 하니까요. 중랑천 강가에서 연희와 미경, 종인과 권식, 석원과 미연, 희정과 해곤, 향미와 정희가 그런 일들을 해요. 새들에게는 멀리서 가만히 다정한 눈길을 건네요. 지난 늦가을에 ‘봄날’ 님과 같이 만들어둔 강가 정원에 작은 싹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여린 것들이 힘껏 밀고 나오도록 얼었던 땅도 너그러이 마음을 풀었나 봐요.
샛숲지기들도 봄맞이 준비를 해요. 상재와 현수, 고운과 세연은 여의못 벽계수폭포 주변과 수달동산을 꽃동산으로 바꿔볼 궁리를 해요. 이미 샛강숲에 살고 있는 꽃들로 꽃동산을 꾸며요. 장애인들과 아이들이 작년에 심었던 메리골드는 가을 내내 환한 꽃동산을 만들었죠. 한살이 삶을 다해 추억처럼 남은 메리골드 줄기들을 거두었어요. 세연이는 작은 손과 발로 메리골드를 눌러 씨앗을 골라냅니다. 이 씨앗들은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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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은 어느새 노란 꽃망울을 조금씩 터뜨리기 시작한 개나리와 산수유를 보았대요. 겨울이 지나간다고 그래서 봄이 온다고 어쩐지 신나 있는 되새와 쇠딱다구리와 밀화부리와 박새를 만났대요. 땅 가까이 울리는 봄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갯버들 움트는 위로 버드나무 숲 위로 드리워진 봄의 옷자락을 보았대요.
새 봄에 무얼 하고 싶으신가요? 누군가는 새 학기를 시작하며, 누군가는 새로운 일터에서, 누군가는 집에서 일상을 살며, 누군가는 딱히 갈 곳이 없어 하릴없이 어딘가 앉아 봄을 맞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어디에서 어떤 봄을 맞든 평온하시길 바라요.
한강 사람들은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중랑천에서, 진천 미르숲과 미호강에서 각기 분주하게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어요. 3월이 되면 매해 그랬듯이 봄맞이 하천대청소를 할 거예요. 수백 명이 함께 모여 구석구석 묵은 쓰레기들을 치워요. 깨끗해진 강과 숲은 얼마나 개운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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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에서 철새들 먹이주기 할 날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봄이 오면 이동하니까요. C.함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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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에서는 떠나가는 철새들을 잘 먹이고, 보금자리를 살펴주는 일도 계속 해요. 꽃을 심고 작은 정원을 만들어가는 일은 샛강숲에서도 중랑천에서도 해요. 이미 초록 물이 올라오고 있는 샛강숲에서는 다양한 산책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선영이 안내하고 꽃차를 내주는 선영산책이, 샛강의 아름다움을 마음에만 담는 게 아니라 사진에도 담아보는 명숙과 현진의 사진산책도 있어요. 미호강 미르숲에서는 비호와 효미가 시민과학자들을 이끌고 자연 속에 사는 식구들을 알아가는 활동을 해요. 수달과 삵, 고라니의 발자국들을 살피고, 새들의 삶을 엿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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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강 미르숲 일대에서 새를 관찰하는 시민과학자들 C.박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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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수리의 흰색 꼬리깃이 한눈에 보입니다. 정찰비행중인 독수리. 미호강에 독수리가 있었다니 놀랍고 신기했네요. 귀요미 때까치의 갈고리 부리가 인상적이었고 사회적거리를 두고 있는 왜가리와 대백로는 이제 가까워도 될텐데요. ^^ 민물가마우지 군단. . . 특히 짝꿍을 찾을 준비로 머리를 하얗게 깃갈이한 녀석과 바바리맨 자세로 털을 말리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이 재밌었습니다. 가지 위 쯔윗쯔윗 소리내는 박새의 검은 베레모도 인상적이였네요.” (비호의 카톡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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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알아가고, 자연에서 살아가는 식구들을 돌보는 일은 언제나 큰 기쁨을 안겨주는 것 같아요. 이제 봄이니 성큼 자연속으로 나가볼까요!
다정한 봄을 초대하며 2024.02.28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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