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237_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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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나는 이다지도 떨리는지
(김선우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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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유람단이 섬진강 여행에서 만난 봄 C.윤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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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봄이 오기 시작하면, 다들 꽃이 언제쯤 피나 꽃소식을 궁금해합니다. 매화가 올해는 늦다거나, 산수유 노란 꽃망울은 곧 터질 것이라거나, 어디는 진달래가 피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 지난 주말 한강유람단은 섬진강까지 가서 매화와 산수유를 보며 먼저 도착한 봄을 즐겼다고 해요.
샛강숲을 오가는 저 역시도 봄에 보는 꽃들을 기다립니다. 산수유는 무리지어 피지 않으면 수수해서 이제 봄이 시작되나 보다 하는 정도. 산책로 어귀에 서 있는 목련의 새순은 며칠 사이 부쩍 부풀어 있습니다. 샛강 초입의 명자나무는 아직은 좀더 기다려야 할 터이고, 개나리 덩굴 뒤로 있는 듯 마는 듯 서 있는 몇 그루 미선나무들은 올해 언제쯤 가느다란 가지에 꽃줄기를 밀어 올리려나 궁금해집니다.
며칠 전에도 누구랑 대화하다가 미선나무 이야기를 했어요. “미선나무가 여기 있다고요?” “그럼요. 바로 저기 길가에 면한 곳에 몇 개 있답니다. 그런데 흰 꽃들이 피어야 알아볼 수 있어요. 지금은 꽃이 없으니 어느 나무인지 모르겠어요.” 그런 말들을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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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증권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협약식 C.교보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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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3.13) 우리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교보증권과 ‘생물다양성 증진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체결했습니다. 협약을 하러 찾아간 교보증권 사옥 1층에서 김선우 시인의 시를 보았습니다. 시를 찬찬히 읊조리며 마음 속으로 굴려보았습니다.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보려 한 것이지요.
꽃이 피는 동안 (꽃이 줄기를 밀어 올려 피는 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시인은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봅니다. 그 마음은 더러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마음이기도 하고, 여린 꽃을 응원하는 마음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처럼 자연에 깃들어 살아가는 존재들은 우리 인간들에 비하면 미약하거나 여리게 느껴집니다. 인간들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칭하죠. 요즘 생각하면 좀 오만한 이름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 시를 읽고 나서는 종일 꽃을 피우는 풀과 나무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여린 존재들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녁에 클래식 라디오에서 마침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여린 존재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위안을 안겨줍니다.”
우리가 아기를 돌본다고 생각하지만, 아기라는 존재로부터 위안과 생명의 기쁨을 얻는다는 말도 했어요. 저는 우리 한강조합 사람들이 하는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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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증권과의 협약 내용은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하여 서로 협력하자는 약속이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수달들이, 물고기들이, 나무들이 잘 살아가게 만들자는 것이죠. 교보증권 이석기 대표는 담소를 나눌 때 샛강과 한강에 대한 추억을 회고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우연히도 샛강 근처에서 살았는데 홍수가 지고 나면 샛강에 물고기를 잡으러 오곤 했답니다. 팔뚝만한 메기를 잡기도 하고 신나게 놀다가 집으로 가면 어머니에게 혼나기도 했다고, 당시 한강이나 샛강 물은 더러운 편이어서 물에서 그렇게 놀다 오면 피부 상태가 안 좋았다는 말도 했어요.
그러면서 그는, 정말 수달이 사는 건 아니죠? 하며 묻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가 앉아 있는 이 교보증권 건물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수달 가족들이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라고 대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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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들에게는 생물다양성이라는 전지구적 화두가 당면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자원봉사나 ESG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이제 점점 구체적인 질문들을 하고 성과를 요구합니다. 이전에 습지 식물을 심었던 A 기업은 그 활동으로 늘어난 생물종들의 구체적인 이름과 사진을 달라고 했습니다. 오늘 B기업은 올해 자신들이 비오톱 만들기를 하고 싶은데, 그 활동을 하면 늘어나게 되는 법정 보호종을 나열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런 요청들이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보호종이나 멸종위기종 같은 것들에만 천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자연이란 것이 수학 문제를 풀듯이 정확히 산출되는 것은 아닐 터인데, 종종 A를 투입하면 B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것은 기업과 시민들이 다같이 해나갈 과제입니다. 그와 동시에 자연에 살아가는 모든 크고 작은 존재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역시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개체수가 많다고 제거나 미움의 대상이 되는 존재들이 때로 안쓰럽습니다. 이를 테면 밥을 많이 먹는다고 미움 받는 민물가마우지 같은 새들이 그렇더군요. (저도 좀 많이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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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시인의 시는 이렇게 끝납니다.
그대가 꽃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자연 속의 여린 존재들에게 공감하고 같이 지켜주며 서로 위로하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이 봄 여린 존재들이 밀어내는 꽃줄기는 얼마나 환할까요.
약동하는 생명의 봄, 꽃을 피우는 시간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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