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238_우리 곁의 랑랑 수달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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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 보호 금줄을 치는 한강사람들 C.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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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자연의 소식을 듣습니다. 운이 좋은 사람들이죠. 어디 멀리 가지 않아도 서울 도심 한복판 공원에서 대낮에 수달을 만나기도 하고, 아름다운 원앙 무리들이 먹이를 먹는 모습을 관찰하기도 하고 또 알을 품고 있는 왜가리를 가까이서 보기도 합니다. 저녁 산책길에 우연히 너구리 가족을 보기도 하고, 물가에서 까부는 족제비도 봅니다.
동물 소식들만이 아닙니다. 지난 주에 제가 미선나무 꽃이 언제 필지 궁금하다고 썼더니, 바로 다음 날 작고 여린 꽃들을 달고 있는 미선나무 소식을 전해주는 분이 계셨습니다. 사방에 핀 봄까치 꽃들과 부드럽게 반짝이는 갯버들 가지도 하염없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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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샛강생태공원 올 봄 첫 미선나무 꽃 C.신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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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사람들이 특별히 남달라서 그런 행운을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그저 자연이 좋고, 숲길을 거닐거나 나무 아래서 쉬는 걸 좋아하며, 또 새들과 물고기, 작은 동물들이 제각각 살아가는 모습을 경이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분들일 뿐이죠.
#청둥오리 가족 샛강숲에 있다 보면 매일같이 샛강의 작은 주민들 소식이 전해옵니다. 어제는 누가 왜가리가 포란하는 걸 봤다고 하더니, 오늘은 깜짝 뉴스가 있었습니다. 바로 올해 첫 청둥오리 가족을 본 것입니다! 청둥엄마가 아가 넷을 데리고 논습지 인근 물에서 바지런히 돌아다니고 있었는데요. 아가들은 벌써 태어난 지 한 일주일은 되어 보이더군요.
해마다 봄에 처음 만나는 청둥오리 가족을 위하여 아가들의 탄생을 축하하는 금줄을 치고, 시민들에게 유의해서 멀리서 지켜봐달라고 당부를 합니다. 명랑하게 돌아다니는 새끼들을 보니 한강사람들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곧바로 안내판을 준비하고 보호를 위해 금줄을 (마끈입니다.) 쳤어요.
마침 생태모니터링 보고서 논의를 위해 왔던 생태전문가 박경만 기자와 조수정 벌볼일있는사람들 대표, 그리고 한강 김선영팀장이 함께 금줄 치는 작업을 했는데요. 왜 이렇게 일찍 나왔는지 걱정도 합니다. 매해마다 조금씩 빨라지고는 있지만 작년과 비교해도 한 달 가량 빠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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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만난 올래 첫 청둥오리 아가들 C.윤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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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희 활동가 말에 따르면 청둥오리 아가 네 마리 중에서 한 마리는 엄마 말을 잘 듣지 않고 혼자 물가를 탐색하기 바쁘네요. 누가 잡아 먹히지는 않을지 마음을 졸이며 이 가족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샛강에는 길고양이나 까치들도 많아서 어린 오리들을 노릴까 걱정이 되거든요.
#수달과 원앙 지난 한 주 동안 수달에 대한 소식이 참 많았습니다. 3월 14일에는 서울수달네트워크 포럼과 한국수달네트워크 총회가 열린 날이었는데요. 전국 수달들에 대한 다양한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전국의 수달 보호 단체들과 시민들은 수달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하천을 개발로부터 지켜달라는 캠페인도 벌였습니다.
한국수달네트워크는 23년에 전국수달동시모니터링을 1주일간 실시했습니다. 네트워크에서 낸 보도자료를 일부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수백 명이 참여했고, 그 중 66명의 기록자가 655건 사례를 보고했다(자연 기록 공유 플랫폼, 네이처링 등록). 멸종위기종인 수달에 대한 국내외 조사 연구와 비교할 때, 짧은 시기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전국 곳곳에서 참여한 사례는 매우 특별하다.’
모니터링 결과 그들이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것은 반갑지만 얼마나 열악한 상태에서 버티고 살아가는지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더러는 로드킬을 당하고, 더러는 하루 아침에 잘 살던 서식처가 포크레인에 사라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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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활동 인터뷰하는 한강 김연관 활동가. K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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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조합에는 수달언니들이 있습니다. 우리 곁의 강에서 수달이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수달에 대해 공부하고, 조사하고, 또 수달들이 살기 좋은 강을 만드는 활동을 하는 분들이죠. 23년에 한국수달네트워크를 결성하면서 보니 전국에는 한강의 수달언니들처럼 수달아빠, 수달삼촌, 수달형님 등등 수달을 위해 애써온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달큰아버지인 최종인 선생님은 원래 안산갈대습지에서 수달 보호에 평생을 바치신 분입니다. 그는 작년 겨울에는 우리와 함께 중랑천에서 원앙 보호 활동을 매일같이 했습니다. 볍씨를 주고 쓰레기를 치우고 쉼터를 만들었어요. 그가 몇 번이고 우리들에게 말했습니다. “잘 먹고 건강해져서 병에 걸리지 말고 내년에는 더 많은 새들이 오길 바랍니다.”
#랑랑 “난 언니가 데려갈 줄 처음부터 알았어. 사람들은 구조야 쉽게 하지만 책임을 지기는 쉽지 않거든.”
오늘 동생과 통화하며 랑랑이 소식을 전하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어느 결에 고양이 두 마리 보호자가 되었네요.
1월 10일 중랑천에서 원앙 밥주기 활동을 하다 만난 고양이 랑랑이는 두 살 어름인데 중성화가 안 되어 있었습니다. 그동안 사무실에서 같이 지냈지만 랑랑이에게도 가정이 필요하기에 중성화 수술을 앞두고 집에 데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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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책임진다는 것, 가족이 된다는 것의 무게가 참 무겁습니다. 나이가 들다 보니 삶이라는 게 늘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닐 뿐더러 인간사 새옹지마임을 느끼죠. 그렇다 보니 바라는 것이 있을 때는 기도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랑랑이와 지내기 시작한 요즘, 랑랑이의 건강과 행복이 저의 간절한 바람이 되었습니다. 함께 지내는 다른 고양이 마루의 평안도 물론이고요.
가끔 퇴근하는 저녁이면 어둑한 도로를 무단횡단하여 샛강으로 가는 까만 길고양이를 보곤 합니다. 어이구, 저 녀석, 다치면 어쩌려고! 저는 큰 소리로 혼잣말을 하죠.
자연이 하는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인데, 올해 첫 청둥오리 아가들을 만난 오늘은 그들이 무사히 잘 크기만을 바라게 되네요. 길고양이도 까치도 다른 것들을 먹고 제발 어린 새들을 공격하지 않기를…
올해는 꽃들이 서둘러 필 예정이라고 하네요. 우리 곁의 작은 존재들을 만나시며 행복한 봄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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