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국악동요 ‘모두 다 꽃이야’ 가사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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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원추리 꽃을 심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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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노래 ‘모두 다 꽃이야’가 자주 입가를 맴도네요. 사방천지 꽃잔치가 펼쳐지는 봄이어서 그런 걸까요. 영화 ‘땅에 쓰는 시’에서도 마지막에 정영선 조경가의 손자가 이 노래를 부릅니다.
꽃을 보고 꽃을 음미하고 꽃에 대해 사유하는 날들이지요. 저는 근래 허난설헌의 시들을 읽고 있는데요. 연꽃 파초꽃 분꽃 난초꽃 복사꽃 살구꽃 백목련 석류꽃 버들꽃… 얼마나 많은 꽃들이 등장하는지 몰라요. 이 세상에 꽃이 없다면 그토록 많은 아름다운 시들이 쓰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 뿐인가요. 꽃이 주는 기쁨, 위로, 행복, 찬탄… 또한 벌과 나비를 모으고 생명을 키워내는 일을 하는 것도 꽃입니다.
우리 한강 사람들은 봄이 오면 꽃과 나무를 심고 돌보느라 분주합니다. 나무를 심느라 땅을 파고 나무를 조심스레 놓고 흙을 덮고 물을 주는 일이, 허리를 구부리고 삽질을 하고 조리개에 물을 길어와서 뿌려주고 지지대를 세워주는 일이 보람과 만족감을 줍니다. 그와 비교해서 꽃을 심는 일은 조금 더 즉각적인 기쁨을 주는 것 같아요. 호미로 쓱쓱 땅을 고르고 적당히 파낸 다음, 꽃 모종을 놓고 흙을 살살 덮죠. 뿌리가 들뜨지 않도록 물을 듬뿍 줘서 기공 사이사이 흙반죽이 잘 채워지도록 합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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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강가에서 꽃을 심는 사람들 C.함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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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사이 샛강과 중랑천에서 꽃을 많이 심었어요. 샛강에서는 다문화 어린이들이 와서 원추리를 심었어요. 밀원꽃밭을 가꾸자는 분들이 계셔서 박하와 배초향도 심었어요. 꽃이 피어 있는 라일락도 몇 개 심었죠. 근처에 다가가면 기분 좋은 달콤한 향이 바람결에 실려옵니다.
지난 월요일인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어요. 지구의 날을 기념하여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님을 초청하여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행동들’이란 주제로 특강을 열었습니다. 강좌는 나우루라는 호주 북동쪽에 위치한 섬나라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인광석이라는 풍요로운 자원을 가졌고 그 덕에 1980년대는 미국보다도 더 부자인 나라였다고 해요. 그러나 자원을 고갈시키고 전통적인 어업과 농업을 포기했기 때문에 결국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고 국민들의 삶의 질은 형편없이 변했습니다.
김은경 전 장관은 성장주의의 한계를 구체적인 예시와 질문으로 설명해주었습니다. 지속가능성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새삼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전지구적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보통 이런 강의를 듣더라도,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반 없다는 걸로 귀결되곤 하죠. 간혹 다짐을 새로이 하고 일상에서 좀더 환경적 실천을 해보자고 해도, 대개는 오래 가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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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전 환경부장관과 정지환 샛숲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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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저에게 어떻게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일을 하게 되었는지 종종 묻곤 합니다. 저는 한결같이 같은 대답을 하죠. 제가 나고 자란 제주도의 자연에 대한 고마움에 보답하려고 환경운동을 시작했다고요. 환경단체에 가입하고 후원금을 내기 시작한 것이 94년이니 벌써 30년이나 흘렀네요.
강의를 듣고 나니, 그래도 한강조합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을 크게 바꾸지는 못해도, 이렇게 봄이면 꽃과 나무를 심는 사람들, 생태교란종을 뽑으며 숲을 더 건강하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 수달의 발자국을 살피고, 새들의 산란을 지켜주려는 사람들, 샛강이나 중랑천, 진천 미호강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환한 미소로 환대하는 사람들,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 아이들도 어른들도 평생 공부하는 사람들이 한강조합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공동체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희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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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느릅나무를 참느릅나무씨라고 부르는 어떤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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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심고 자연을 돌보는 것은 자연에 깃들어 살아가는 동물과 식물들을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요. 우리 각자도 존엄하고 아름다운 꽃이라는 것을 서로 알아채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비록 대도시 안에서 지친 일상을 살아가더라도, 편지 서두에 인용한 노래처럼 모두 다 꽃입니다. 제가 즐겨 되새기는 에즈라 파운드의 시로 편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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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속 유령처럼 떠오르는 얼굴들, 젖은 검은 가지 위의 꽃잎들.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wet, black boughs. (에즈라 파운드 ‘지하철 역에서 In a station of the me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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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환하게 웃으시는 날들 되시길. 2024.04.24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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