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풍을 갔어요. 때는 4월 중순이었고 맑게 갠 날씨가 맞춤했어요. 우리들은 줄은 지어 걸어갔어요. 올레를 지나 들길을 건너 당멀오름으로 갔어요. 좁은 길을 지날 때에는 보리수나무 가지를 제치거나 찔레덩굴을 피하면서 걸었어요. 달큼한 보리수꽃 향기와 아까시꽃 내음이 어우러져요. 햇빛 아래 오래 걸어서인지, 꽃 내음 때문인지 조금 어지러운 기분도 들어요. 체육복을 입은 다리 사이로 잘 자란 풀들이 스쳐요. 사락사락 기분 좋은 소리, 벌들이 잉잉대는 소리가 들려요.
걸을 때마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이 가방 속에서 달캉달캉 소리를 내요. 분홍 소시지와 노랑 단무지 물이 들어 알록달록해진 김밥과 눈알사탕이, 과자 봉지와 삶은 계란, 음료수 같은 것들이 가방에 들어 있어요. 한참을 걸어 잘 자란 소나무들과 푸른 언덕이 있는 오름에 도착했어요. 나무 그늘 아래 가방을 부리고 몇 명씩 모여 앉아요. 소풍이 막 시작되는데, 벌써 허기가 느껴져요. 멀리서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요.
친구들의 장기자랑을 구경했어요. 그리고 도시락을 먹었죠. 포만감에 젖어 나무 그늘 아래 누웠어요. 부드러운 바람과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득해요. 뭔가 얼굴을 살살 간지르는 게 있어요. 자주빛 할미꽃들이군요. 보리밭 이랑 사이, 종일 일하고 있을 허리 굽은 외할머니가 떠올랐어요.
보물찾기 시간에는 하나도 찾지 못했어요. 보물을 용케 찾고 크레파스나 공책을 선물로 받는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행운은 나와 멀리 있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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