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못에 이르자 수면 가까이 모여든 잉어 떼가 보입니다. 한 늙은 사내가 새우깡 봉지를 들고 과자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먹이를 주지 말라고 가서 말하려고 하다가 그냥 비껴갑니다. 오늘은 일도 많이 해서 좀 지친 터라, 누군가를 계도하며 마음쓰기보다 쉼이 필요했으니까요.
한편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오늘 어버이날인데 초저녁에 홀로 물고기들에게 과자를 뿌려주는 늙은 사내… 혼자 보내는 저녁의 외로움을 잊으려고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운이 좋아 뱁새들을 꽤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갈대 줄기 사이사이 뱁새들은 작은 몸을 경쾌하게 움직입니다. 이제 찔레꽃은 만발했고, 뽕나무 열매들은 손톱 길이만큼 금새 자라났군요. 고개를 들면 푸르른 숲 사이로 파란 하늘이, 멀리서는 부드러운 노을의 빛이 보입니다.
자연은 이렇게 아름답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편안히 즐기기 어렵습니다.
다들 너무 찌들어 보인다고, 어서 일을 끝내고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김현섭 팀장님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컨디션이나 상황을 면밀하게 보면서 진행한다고 하더군요. 샛강숲에 와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간 어느 기업 직원들 이야기입니다.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 그 말을 듣고 안타까웠습니다. 여기 샛강숲에 와서도 피로를 털지 못하고 가는 걸까. 그들을 위해 뭘 도와주면 좋을까 하는 궁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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