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배일동 명창이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딸 청이를 뱃사람들에게 팔아버리고 후회막심한 슬픈 아비가 되어 그는 회한이 가득한 소리를 했습니다. 물가에서 노닐던 청둥오리 부부도 마음이 아팠는지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배회합니다.
저 아비는 어찌하여 어린 딸을 망망대해 인당수에 보냈을꼬… 무슨 심정으로 그렇게 해야 했는지 청둥오리 부부는 알 길이 없었습니다. 심학규의 절규를 듣던 할아버지가 늙은 손등으로 눈가를 훔칩니다. 어떤 이는 안경을 벗어서 눈물을 닦습니다. 한숨이 고이며 시간이 멈춘 듯 했습니다. 그러다가 청이를 만나는 대목에서는 다들 안도했습니다. 청둥오리 부부도 그제야 제 갈 길을 가더군요.
라일락 꽃향기를 화폭에 담았던 신은미 화가가 이번에는 매섭게 날아오르는 매를 그렸습니다. 새는 포효하듯 공중을 날아갑니다. 순간 주변에 긴장하는 공기가 흐릅니다. 구경하던 박새들은 어느새 보이지 않습니다. 까치들도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하얀 모시저고리와 분홍 치마를 입은 류수지 거문고 연주자가 나섰습니다. 뚱땅 띵띵땅 음악이 흘러나오자 다시 차분해졌습니다. 부드러운 거문고 선율에 강물도 경쾌하게 흘러갑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둥글게 모여 섰습니다. 서로 손에 손을 잡았습니다. 소리꾼들이 강강수월래를 선창했습니다. 화가도 마임이스트도 거문고 연주자도, 한복을 입고 나온 어린 아이와 엄마도, 눈시울을 적시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다같이 손에 손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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