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248_수달과 수달삼촌 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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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락가락 하던 지난 일요일, 교회 분들과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0년 전 돌아가신 한 교인을 위한 추도식이 있었고, 고인의 남편이 중국집에서 점심을 대접했어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나고, 언젠가는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인간사에 대해서도 쓸쓸한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 아버지 돌아가신 이후에도 그랬지만 같이 고인을 추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좋은 것 같아요. 함께 보냈던 시간들을 되짚어 보면서 고마웠던 마음과 미안했던 마음을 동시에 떠올리는 거죠.
어쩐지 피곤하여 오래 낮잠을 잤습니다. 일어나니 어느새 초저녁이군요.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고 하늘공원으로 산책을 나섭니다.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어서 그런지 공원에는 인적이 드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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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팔에 닿는 빗방울은 서늘합니다. 여전히 한껏 피어 있는 산딸나무 꽃들을 구경하며 느릿느릿 걸었습니다. 나중에야 이름을 알았는데 빈도리라는 꽃도 여기저지 참 많이 피어 있습니다. 어둑한 하늘공원에서 멀리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기도 하고, 샅샅이 훑고 지나가는 바람결을 고스란히 느끼기도 하고 천천히 걸었습니다. 이렇게 조금은 고독한 시간이 참 좋습니다. 땅과 하늘, 나무와 풀, 작은 동물들의 움직임에 온전히 시선을 맡기죠. 일상적인 번민도 잠시 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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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어린 새 한 마리가 홀로 팔짝거리며 도로변을 다닙니다. 궁금해서 다가서 보니 어린 까치입니다. 어느 나무에서 떨어진 것인지, 날다가 실패한 것인지 잘 모릅니다. 그 어린 새는 위쪽으로 올라가려고 여러 번 시도를 하는데 여의치 않습니다. 이럴 때는 손대면 안된다고 들은 것 같아 지켜봅니다. 힘내라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과연 사면 위쪽으로 잘 올라갈지 바라보았죠.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니 바로 위 아까시 나무에 어미 까치가 지켜보고 있네요. 사면에는 동물이동을 돕기 위해 통나무로 잇대어 놓은 게 있어요. 까치는 몇 번이고 그 곳을 올라가다 떨어지고, 또 올라가기를 반복합니다. 어미는 이 나무 저 나무 옮기며 근처에서 지켜봅니다. 아가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올라갔고, 작은 몸으로 관목 사이로 들어가서 사라졌습니다. 그제야 저도 안도하고 발걸음을 옮겼어요.
우리 아버지는 열 살 무렵의 저를 평생 기억에 두었습니다. 말을 심하게 더듬는 딸이 웅변대회에 나갔을 때, 막바지 순서라 듣는 사람도 거의 없는 어수선한 장내에서 “이 연사 힘차게 외칩니다.” 하며 작은 두 팔을 번쩍 들었을 어린 딸을, 그 딸을 애타는 마음으로 바라보던 당신을, 평생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막걸리 한 잔과 함께 그 기억은 종종 소환되곤 했지요.
새들이나 나무들이나 우리 사람들이나, 살아가는 일은 다 고만고만 비슷한 것이구나 싶습니다. 연민과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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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과 수달삼춘 연관
지난 토요일(5.25)에 우리 한강은 곳곳에서 수달그림그리기대회를 열었습니다. 진천 미호강에는 100일된 쌍둥이아가들도 오고 할머니할아버지도 오셨다지요. 중랑천 아이들도 엄마 아빠 이모 삼촌을 따라 나섰습니다. 샛강에도 50여 가족이 왔는데 벌써 3년째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들도 있더군요.
아이들의 상상력과 실력은 대단히 놀랍습니다. 저는 샛강에서 몇몇 그림들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중에 ‘수달과 샛강 친구들’이란 그림이 눈에 들었습니다. 물총새를 나란히 바라보는 수달의 표정이 참 행복해 보이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림에는 나비와 물고기, 나무도 등장합니다. 그들이 모두 수달의 친구들이라는 거죠. 아홉 살 아이의 통찰력이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또 놀라운 그림은 초록과 파랑 빛의 작은 별 지구를 손에 들고 있는 수달의 모습입니다. 그림 제목은 ‘지구는 수달 손에 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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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강조합에는 전국 유일 수달 활동가가 있습니다. 청년 활동가인 연관 님이 바로 주인공이죠.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한강조합에서 일을 하며 수달을 비롯한 생태계보전을 위해 열성을 쏟았습니다. 수달을 위한 자원봉사자들을 ‘수달언니들’이라고 부르고 있어서 그를 수달오빠라고 부를까 했었어요. 그는 오빠보다는 삼촌이란 호칭을 더 좋아하길래 저는 제주도식으로 ‘수달삼춘’이라고 부릅니다.
수달삼춘 연관 님은 작년 봄에 입사했는데 같이 미호강에 갔던 때가 떠오르는군요. 미호강 줄기에도 모래톱에 수달 똥이 있었는데요. 당시 염대표님이 그에게 똥을 건네주며 냄새를 잘 기억해두면 좋다고 했어요. 한 번 기억하면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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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의 똥냄새를 기억하고, 수달의 족적을 따라다니며 수달을 위하여 집을 짓고 또 서식처를 지켜주는 일을 하던 수달삼춘이 공부를 위해 한강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그를 고마워했고, 그의 앞날을 응원했지요.
근래 김영하 작가의 책 ‘여행의 이유’를 읽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도 결국 이 모든 것이 여행길에서의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면 한결 받아들이기 쉽다고 작가는 말을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수달활동가 연관 님도 우리 한강조합과 참 좋은 인연이었고, 언제 또 만나더라도 변함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한강 일을 하며 만나는 수달을 비롯한 여러 동물들과 식물들에게도 똑같은 마음입니다. 돌보는 마음, 환대하는 마음으로 함께 여행을 이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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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님의 앞날에 무궁한 기쁨과 축복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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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의 공동체를 꿈꾸며
2024.05.30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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