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선생님들께,
작년 10월에 열렸던 샛강동물창립총회를 기억하시는지요?
당시 진박새 기자가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준 적이 있습니다.
‘잉어, 강준치, 납자루, 얼룩동사리, 메기, 줄새우, 쏘가리, 꺽정이, 붕어, 망둥어, 돌고기, 민물검정망둑, 배스, 치리, 참게, 피라미. 어류는 자기들 집 근처가 총회장이라 다수 참여했습니다. 뱁새, 박새,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물총새, 왜가리, 오색딱따구리, 직박구리에 더해 인간들이나 동물계에서도 그다지 환대를 받지 못하는 까치와 비둘기도 참여했습니다. 덩치가 커서 단연 눈길을 끄는 수달, 너구리, 족제비, 토끼에 더해 길고양이도 참석했고요. 계절이 계절인지라 두꺼비, 맹꽁이 같은 양서류와 왕매미 같은 곤충들은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처음 열리는 총회에 대한 기대와 흥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2021.10.25 ‘샛강 동물들의 보편적 복지를 위한 한목소리, 샛강동물창립총회 열려’ 기사 부분 인용)
올해 샛강동물총회는 이번 주 월요일(5월 9일) 진행되었습니다. 인간들의 총회처럼 결산 이후 3개월 이내 반드시 개최해야 한다는 법적 규정도 없으니 날짜 선택은 자유로웠습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조금 더 일찍 하려고 했으나 어려웠어요. 대다수의 동물들이 한창 사랑에 빠져 짝짓기나 산란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총회장은 시끌벅적 활기가 넘쳤습니다. 의장은 작년에 선출된 수달이 맡았습니다. 새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아침 일찍 열린 총회여서 수달은 하품을 쩍쩍 해가며 개회 선언을 했습니다.
안건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샛강동물들이 다같이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샛강동물시민 윤리강령’ 제정과 다른 하나는 샛강 생태계 보호를 위한 동물시민들의 실천노력입니다.
안건은 상당히 그럴싸했지만 논의는 중구난방으로 이어졌어요. 토끼부부가 금슬이 안 좋아 바깥 양반이 자꾸 굴 밖으로 쫓겨나는 게 동네 보기 부끄럽다는 말도 나오고, 청둥오리 아빠는 왜 육아에 전혀 나 몰라라 하는지 항의하기도 하고, 잉어들이 산란을 너무 요란하게 해서 낮잠자는 데 방해된다는 왜가리의 투덜거림도 있었어요.
그래도 샛강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 동물시민들이 뭘 할지는 꽤 진지하게 논의되었습니다. 3년전부터 샛강에 어렵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양서류들을 도와주자는 이야기가 먼저 나왔습니다. 두꺼비 유생들이 국회 앞쪽 슾지와 센터 앞 상상못, 그리고 겨울나기못 등지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이들이 늠름한 두꺼비로 잘 자라서 비오는 날 실컷 노래할 수 있게 돕자고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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