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는 월급날이었습니다.
월급을 받으면 저도 여느 직장인들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잠시 두둑해진 잔고를 보며 이번 달에는 누구에게 용돈이라도 줘볼까 생각하곤 합니다.
이번 달에는 언제나 저를 살갑게 대하는 조카아이에게 용돈을 줬고, 후배 K에게도 약간의 용돈을 보냈습니다. 예의바른 K는 한사코 마다할 것이기에 그에게 용돈을 보낸 까닭을 잘 설명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까닭을 말하자 그는 한참 사양하다가 거듭 고마움을 표하며 돈을 받았습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그와 카톡을 주고받으며 흐뭇했습니다. 별 것 아니지만 월급을 받아 후배에게 다만 얼마라도 용돈을 건넬 수 있는 게 기뻤습니다.
저는 그를 아끼고, 그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용돈을 건네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가 뭘까 스스로 생각해보았어요. 그건 제가 그로 인하여 조금 더 행복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가 저의 동료 시민이자 친구로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것, 자기 삶을 당당하게 살아내는 것, 그런 그로 인해 저는 조금 더 행복해집니다.
지난 토요일에 샛강에서는 세계 수달의 날을 기념하여 ‘제1회 수달 그림 그리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50명가량 어린이들이 왔고 엄마나 아빠가 따라왔습니다. 그들은 콩쥐팥쥐 자연놀이팡에 돗자리를 펴고 5월의 햇살이 나무 사이로 비치는 곳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더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정경이었습니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주말 한나절 느긋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중간에 염키호테 님을 가이드 삼아 수달 투어도 했으며, 샛강에서 처음 있었던 윤바다 님의 버스킹도 즐겼습니다. 시상식까지 끝나고 길어진 해그림자를 따라 부모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봅니다.
샛강에서의 그 한나절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행복을 준 것은 누구인가요? 그건 작년부터 샛강에 와서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