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했죠. 우산을 사러 가야지, 생각하면서. 비가 오고 있었으니까. 밖으로 나가니 그러므로 이제 필요해진 우산을 사야 할 거라면서, 나는 산책했죠. 그렇게 우산 가게로 향했습니다. 비는 내리고 있었고 하지만 가게에는 마음에 드는 우산이 없었어요. (중략) 산책했죠. 장마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비는 내리는 것 같았고, 나는 빗속에서 젖기도 하고 빗속에서 숨기도 했습니다.
(안태운 시 ‘산책했죠’ 부분)
잘 지내시는지요?
오늘도 샛강에는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하늘이 어둑해지며 번개와 천둥이 숲을 내리치네요. 습하고 비가 자주 내리는 날들입니다.
샛강에 있으면 때로 소나기가 숲을 지나가고, 그 뒤를 구름들이 따라가고, 또 그 뒤엔 태양이 이글거리는 열기를 뿜기도 합니다. 비가 내리다 그치면 매미들의 얼마나 맹렬하게 울어대는지 귀가 얼얼해질 정도입니다.
저는 요즘 산책을 자주 합니다. 오후 늦게 짧게 샛강을 둘러보기도 하지만, 퇴근길에 당산역까지 걸어가곤 해요. 백팩을 매고 서두를 것 없이 느린 걸음으로 혼자 걷다 보면 여러 상념이 스치기도 합니다. 강과 숲에서 흘러나오는 습기에 땀이 차오르다가도, 간간히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에 절로, 아 좋구나, 감탄사를 내뱉기도 합니다.
걷기 시작은 건강은 위해 하루 만 보 이상은 꼭 걸어야겠다는 다짐 때문인데요. 걷는다는 것은 몸의 건강만이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지켜주는구나 싶어요. (만보 이상 걷기는 3주 이상 달성중입니다. ^^)
어느 날은 버들광장 인근에서 멈춰 서서 강가의 오리, 왜가리, 쇠백로를 한참 보기도 하고, 어느 날은 강물 위로 드리워진 버드나무들의 그림자를 오래 바라보고, 어느 날은 가지런히 고개를 갸웃하고 흔들리는 미루나무들을 지켜봅니다. 그들처럼 고개를 갸웃해서 스치는 바람을 느껴보죠. 그렇게 느리게 걷다 멈추다 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 얼굴도 생각나고, 가끔 제가 집착하는 것들에 대해 회한어린 감정이 들기도 해요. 한번은 “쓸쓸하구나.” 하고 탄식하는 자신을 보고 내심 놀라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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