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선생님들께,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100년만에 가장 둥글다는 달님도 보셨는지요?
저는 추석 저녁에는 동네 하늘공원을 걸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하늘공원 자락길을 돌아 정상에 오르니 어둑해지는 시간인데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리고 시내 쪽을 향해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것을 보고 의아했어요.
그들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비춘 달님을 찍고 있더군요. 저는 한참 더 걸어 올라간 다음 다시 달님을 보았는데, 숨바꼭질하듯이 이내 구름 속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난 고요한 아침에 혼자서 깨어 하얀 달을 보았습니다. 전날의 노란 달님이 아니라, 말갛게 아침세수를 하고 나온 듯한 달님이었어요.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 달님은 언제나 저 자리에서 나를 봐주는구나. 저녁에 본 붉은 해님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황홀한 노을빛이 제 마음까지 물들였습니다. 뭔가 위로가 필요했던 터라 그런지 저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이들이, 더 나아가 절대자가 저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여겼습니다. 언제나 곁에 있을게. 언제나 이렇게 지켜보고 응원할게…
제가 근래 좀 아팠습니다. 이런 처지에 놓이고 보니 그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던 것을 새삼 알게 됩니다. 그중에 가장 큰 깨달음은 제가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 주위 사람들과 얼마나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지 매일 매순간 느끼게 된다는 겁니다.
가족들이 얼마나 저를 위하는지, 언니들은 저 자신보다도 더 저를 염려하고 전전긍긍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족들만이 아닙니다. 친구들이 애틋한 마음과 쾌유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가 매순간 따뜻한 햇볕처럼, 부드러운 물결처럼, 미풍처럼 저를 품어주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선생님들께 제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그렇습니다. 저의 보잘 것 없는 인생만 보아도 우리에겐 얼마나 축복이 넘치는지… 그리고 가족, 가족이나 다름없는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요.
물론 가족이라도 다 좋은 건 아닐 겁니다. 이번 추석에도 괜히 오랜만에 만난 가족 때문에 상처를 입기도 한 분도 계시겠지요. 또는 주변에는 가족이라도 평생 안 보고 사는 분들도 합니다. 그러나 핏줄로 연결되지 않아도 마음을 나누고 서로 곁을 지켜주면 그게 가족이 아닐까요? 우리가 오랜 친구들을 때로 언니 동생, 누나 형님이라 부르듯이 그들이 다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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