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나지 못한 태백산 들꽃에게
태백산 자락에 피어난 개미취야 쑥부쟁이야. 안녕?
지난 토요일 하늘은 정말 파랗고 예쁘더라. 들길에서 만나는 나무들과 꽃들은 얼마나 생생했을까. 바람결에 가만가만 흔들리는 모습에 누구라도 미소를 지었을 거야.
한강이 발원하는 검룡소를 따라 걷는 길, 그 여행에 나도 꼭 가고 싶었어. 한강유람단이라는 이름으로 한강을 누리고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걷는 여행이었지. 시작하는 의미를 위해 맑고 성스러운 한강 발원지를 찾아갔다고 들었어.
나도 오래 전에 검룡소를 한 번 본 적이 있어. 작은 샘물처럼 솟아나는 그 곳이 수많은 세월, 무수한 사람들과 생명을 거두고 기르고 품어준 한강의 발원이라는 것을 알고 무척 정결한 마음이 생겼어.
한강유람단 트레킹에 간 분들은 더없이 즐거워 보였어. 길을 걷고 산과 강의 좋은 기운을 받고, 좋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웃고 실없이 떠들기도 하고, 맛있는 도시락과 간식을 먹으며 멋진 가을 소풍을 즐긴 것 같더라. 그 모든 게 부러웠지만 특히 올 가을에 새로이 피어난 너희들, 부드러운 꽃잎을 펼친 개미취와 쑥부쟁이를 나도 만나고 싶었어. 너희들에게, 지난 여름은 어땠니, 바람과는 무슨 이야기를 하니, 뭐 그런 것들도 물어보고 싶었지.
나는 같은 날 샛강으로 기후실천캠프에 오는 어린이들과 노자생태교실에 공부하러 오는 어른들을 만났어. 이 날에는 샛강 숲에 나무를 심으러 오는 분들도 매우 많았는데 너무 많이들 오셔서 내가 다 만나지는 못했어. 하루 동안 150명도 넘었다지… 오후에는 서울시 교육감님도 아이들을 만나러 오셨어. 아이들은 지난 홍수로 뻘 흙이 잔뜩 있는 숲속에서 놀았어. 옷이 더러워지거나 말거나 아예 흙 위에서 철퍼덕 앉아 노는 아이도 있더라. 손과 발에 온통 미끄덩거리는 흙을 붙이고 아이들은 하하하 깔깔깔 웃었어.
올 가을에 너희들을 만나러 가기는 어렵겠지. 잘 지내길 바랄게. 내가 아니더라도 태백산 자락을 오가는 사람들이나 동물들에게도 인사 전해줘. 나는 올 가을엔 샛강을 잘 돌보고 내년엔 만나러 갈게. 가끔 가을 바람 사이를 걸을 때 너희들 고운 얼굴이 떠오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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