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불꽃 축제와 샛강
지난 토요일 (10.8)에는 여의도 불꽃 축제가 열렸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열린 불꽃축제에는 105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하네요.
세상 돌아가는 일이나 유행에 다소 둔감한 저는 이 큰 축제가 열리는 줄 모르고 있다가 얼마전 샛강에 방문했던 어떤 분이 말을 해서 알았습니다. 그녀는 샛강센터 옥상에서 불꽃축제를 봐도 되는지 물어보더군요. 불꽃축제가 열리는 여의도 63빌딩 앞 쪽은 바로 샛강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토요일 아침 샛숲학교 노자생태교실에 커피 등을 준비해주려고 출근한 저는 옥상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샛강 어귀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밤에 열릴 화려한 축제를 구경할 수 있나 해서요. 어림없을 것 같더군요. 동편 하늘 쪽으로 높이 치솟은 아파트 단지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말 일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여의도역으로 갔습니다. 오후 서너 시인데도 역사에는 젊은 인파로 북적거렸습니다.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온 것으로 보이는 그들은 손에 먹을 것과 피크닉 매트 같은 것들을 들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에 대한 부러운 마음은 거두고 서둘러 집으로 왔습니다. 엄청난 교통 체증이 예고되었기 때문이지요.
축제가 어땠을까 궁금해서 뉴스를 검색해보았습니다. KBS 뉴스에 이런 내용이 있네요.
‘코로나19로 3년 만에 열린 서울 세계불꽃축제에서 50톤 가량의 쓰레기가 나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어제(8일) 불꽃축제가 열린 여의도·이촌 한강공원에서 모두 50톤의 쓰레기가 수거됐다고 밝혔습니다.’ (2022.10.09 KBS News 인용)
하루 저녁 축제에서 발생한 50 톤의 쓰레기… 서울시는 ‘시민들이 배출을 제대로 해줘’ 정리가 잘 마무리되었다고 시민들을 칭찬(?)하거나 나무라지 않는 기색입니다.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을 격려하기 위한 배려로 읽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날로 가속화되고 코로나 시대도 기후위기 영향이라는 말도 있는 마당에 여전한, 혹은 더 심해지는 쓰레기 문제는 마음에 걸립니다.
저는 쓰레기산을 숲으로 만든 상암동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앞 동네에서 살고 있습니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은 1978년부터 1993년까지 서울의 거의 모든 쓰레기를 매립했습니다. 그러다가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대규모 공원이 조성되었습니다. 지금은 숲이 무성하여 많은 동식물들의 삶터가 되고 시민들에게는 휴양의 공간이 되고 있어요. 일년 365일 숲을 만들고 가꾸어 가는 노을공원시민모임과 같은 단체의 노력 덕분이기도 합니다.
작년에 저희는 노을공원시민모임과 함께 기후실천캠프를 한 적이 있어요. ‘쓰레기산을 참나무 숲으로’ 바꾸는 활동에 같이 참여하며 기후변화와 쓰레기 문제를 배웠습니다. 한번은 단체의 ‘흐른’ 활동가 님이 진행하는 캠프에 졸졸 따라다녔어요. 그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하는 일상적 실천에 대해서도 말했는데요. 1년에 종량제 봉투를 달랑 한 장 쓴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믿기지 않았어요.
샛강에서만은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없는 생태공원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샛강 버드나무 교실에는 수십 명씩 오는 단체 자원봉사가 무척 많습니다. 플라스틱 생수를 한 병씩 나눠주면 간편할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텀블러 지참을 요청합니다. 텀블러를 챙기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는 스텐 컵을 넉넉히 준비해 두었습니다. 특히 기업에서 단체 자원봉사를 올 때는 간혹 담당자가 미리 생수 등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저희는 간곡히 말리고 우리가 얼음물을 준비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샛강에 오시는 분들은 수돗물을 마십니다.
자연을 보호하고 기후변화를 줄이는 노력에 동참하는 것은 꼭 대단한 결심이나 헌신이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생수병보다는 텀블러를, 배달음식보다는 직접 조리한 음식을 먹는 일상의 습관이 있으면 좋겠죠. 저는 작고 가벼운 장바구니를 항상 백팩에 넣어두는데 요긴하게 잘 쓰고 있어요. 김영고문님이 파리에서 사다 주신 것인데, 들고 다니면 괜히 파리지엔느라도 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
#생태작가들과의 만남
이 가을 샛숲학교에서는 생태문학 강좌가 열립니다. 동서고금의 생태작가들을 만나보는 시간입니다. 발전과 성장, 소비가 미덕인 세계에서 비켜서서 공존과 상생, 생명의 가치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서로 배우고 나누는 샛숲학교에서 알찬 시간 만드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가을로 가득 차 있는 샛강에서
2022.10.11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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