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도 한강의 시간은 흘렀습니다.
월요일엔 직원들과 주간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샛강놀자 공모사업 심사를 했습니다. 화요일엔 사업 제안할 일이 있어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수요일 점심엔 올해 활동하신 한강플러스 선생님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그동안 소회를 나누었지요. 저녁에는 가톨릭대 학생들이 저희 한강조합을 컨설팅하기 위하여 찾아왔습니다. 목요일엔 샛숲학교 프로그램이 돌아갔고 금요일에는 안전 점검 차 자체 소방훈련을 준비했습니다. 토요일엔 단체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겨울을 대비하는 숲에서 많은 일들을 해주고 갔습니다.
또 저의 시간이 이렇게 흐르기도 했습니다.
월요일 점심을 먹으러 나가려는데 염대표님이 다같이 사진을 한 장 찍자고 불렀습니다. 샛강센터 바로 앞에 서 있는 뽕나무는 몇 년 사이 아름답게 훌쩍 자랐는데 황금빛 단풍이 눈부시게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저는 나이가 들며 점점 미워지는 것 같아 사진 찍기가 싫어지는데 그냥 동료들 틈바구니에서 한 장 찍었습니다.
화요일은 샛강 길에서 맨발로 걷는 남자를 한참 바라보았으며, 수요일엔 얼마 전부터 흘러 들어온 갈색 토끼가 풀을 먹는 모습을 부지런히 지켜보는 남녀를 보았습니다. 목요일엔 샛강 숲길을 걸으며 억새나 꽃들을 건성으로 지나쳤습니다. 금요일은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몸이 감기의 전조라도 되는 양 춥고 기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음 날까지 그랬는데 이틀동안 기력을 차리지 못하는 제 몸을 원망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든 사건의 이전과 이후에 우리들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절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게 됩니다… 뉴스를 들여다 보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소리들이 들립니다. 일요일 기운을 내려고 산책을 나섰더니 정희 과장님이 단톡방에 사진을 한 장 올립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빛깔로
우울했던 한 주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찬연히 빛나는 나무들을 보자니 바로 제가 (모자를 안 들고 나온 탓에) 얼굴을 찡그리고 걷고 있는 월드컵 공원의 나무들이었습니다. 나무들은 인생의 메타포 같습니다. 서로 결도 다르고 종도 다르고 태생도 다른데 서로가 서로에게 빛을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그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게 다정하게 비춰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어제 아침 라디오 ‘김미숙의 가정음악’에서는 마침 입동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실제 계절보다는 조금 일찍 오는 입추나 입동. 김미숙 씨가 한 말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겨울을 미리 예비하라고 했나 싶기도 합니다. 저는 몹시 추웠던 지난 금요일에 비해 날씨가 괜찮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만으로 느티나무 낙엽들을 차며 걸었습니다.
한편 2017년 김애란 작가가 낸 <바깥은 여름> 책에서 ‘입동’이라는 단편을 읽고 나서는 ‘입동’ 단어를 들으면 꼭 소설을 한번은 떠올립니다. (그러니까 저에겐 절기로서의 입동보다 소설 제목으로 더 각인된 것이죠.) 작가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소설을 썼는데, 유치원 승합차가 후진하다가 아이를 쳐서 죽게 되고 그렇게 황망히 자식을 잃은 부모의 이야기입니다.
죄송합니다. 좋은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를 드려야 하는데 아직도 슬픔을 떠올리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그래도 김애란은 저 소설을 써서 세월호 이후 돌이킬 수 없는 외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줍니다. 그것이 작가의 위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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