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새의 소규모 선발대는 이미 9월 하순에 한강 하구에 도착했다. 10월 둘째 주에는 장항습지·산남습지에 큰기러기와 청둥오리들이 새카맣게 내려앉았다. 희귀종인 재두루미도 30여마리가 왔다. 조류 연구가들은 이 개체 수가 4만마리 이상이라고 말했다. 11월 말 안으로 수만마리가 더 날아온다. 이 물가는 내가 사는 동네다. (중략)
멀리서 온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내 조국의 강토가 자연으로부터 버림받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한강과 아무르강, 서울과 바이칼호수가 생명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고, 부지런한 새들이 이 행복한 인연을 매개해주고 있다. 옮겨 다니며 사는 새들의 운명은 가혹해 보이지만, 이동이 새들의 삶이므로 새들은 그 운명을 짊어지고 자유로워 보인다.
코로나로 봉쇄된 중국의 우한에서 여성 소설가 팡팡은 돌절구에 고인 물을 먹는 까치를 보면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고 썼다. 새들은 한강으로 돌아오고 있다. (김훈 ‘한강의 새’ 2020.11.10 한겨레 칼럼)
한강 선생님들 잘 지내시는지요?
어제 비가 내리고 쌀쌀해졌습니다. 12월이 시작되는 목요일에는 영하 7도로 내려간다니 이렇게 겨울이 오는가 봅니다.
샛강에는 이달부터 청둥오리들이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멀리 춘천의 전흥우 선생님도 공지천에 온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한강하구 장항습지 일대에서 모니터링하는 박평수 이사님도 곧 큰기러기와 재두루미 소식을 주시지 않을까 기다립니다.
시베리아 어디쯤에서 다시 먼 길을 날아 이곳까지 찾아온 새들을 고마운 마음으로 맞이합니다. 그래서 두 해 전 읽었던 김훈 작가님의 <한강의 새> 칼럼을 다시 꺼내 읽어봅니다. 선생께서 말한 것처럼 새들 덕에 우리는 멀리 있는 동토와도 ‘생명의 끈’을 연결되어 있고 ‘내 조국의 강토가 자연으로부터 버림받지 않았다는 안도’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샛강에 날아온 청둥오리들을 보며 우리가 사는 이 도시 한가운데 이 땅이 새들에게 돌아올 고향이 되어줄 수 있다는 데 안도합니다. 마침 오늘 정희 과장님은 여의못에 나갔다가 오랜만의 해후를 즐기는 청둥오리들과 잉어들을 보았습니다.
#돌아온 청둥오리에게 잉어들이 묻다
잉어 1 : 우리는 여의못 밖을 나가본 적이 없어서 너희가 다녀왔다는 시베리아를 상상할 수 없어.
잉어 2 : 엄청 멀리서 날아왔다니 놀라워. 힘들었겠다.
청둥오리 1 : 힘들지. 그래도 그게 우리의 삶이야.
청둥오리 2 : 샛강은 작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은데?
잉어 3 : 뭐 그런대로 괜찮아. 요즘 여의못만 해도 식구들이 많이 늘었어.
잉어 4 : 물고기들 노리는 왜가리도 더 늘었지.
잉어 1 : 시베리아가 좋아, 여기가 더 좋아?
청둥오리 1 : 시베리아도 좋고, 여기도 좋아.
청둥오리 2 : 우리 겨울에서 봄까지 재미있게 잘 지내자.
시간이 없어 대화를 오래 들을 수는 없었어요. 암튼 분위기는 보아하니 잉어들이 청둥오리들의 귀환에 신나 보였고 같이 어울려 다니며 놀고 있었습니다.
강가로 가면 이처럼 멀리서 날아온 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반갑다고, 잘 돌아왔다고 인사를 나눠주세요. 12월에는 새들을 만나는 탐조 프로그램도 더 만들어 초대드리겠습니다.
추워질 날씨에 잘 대비하시고 따뜻하게 지내셔요.
2022.11.29
한강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