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샛강 공원팀장님인 권무 팀장님은 아침 7시면 샛강에 출근했습니다. 그는 고양 어디쯤 살고 있는데, 전철을 몇 번 갈아타며 샛강에 오려면 시간이 꽤 걸릴 터인데 그렇습니다. 샛강 중심부에 위치한 달뿌리평원 (달뿌리풀, 갈대, 억새가 어울려 장관을 이루기에 지은 이름입니다.)을 둘러싼 산책로에 마사토를 까는 일 때문입니다.
이 일은 현대차그룹의 올해 후원사업 중 하나인 ‘무장애나눔길’ 만드는 일인데, 가장 걷기 좋은 산책로 500 미터 정도에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걷기 좋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고 품질의 마사토를 구할 수 있었다고 흐뭇해했는데, 제가 가서 걸어보니 정말 폭신폭신하고 주먹으로 뭉치면 모래떡이라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잘 뭉쳐지는 흙이었습니다.
영하의 날씨였던 어느 날은 그를 종일 못 봐서 나가보았습니다. 작업복 위로 눈에 잘 띄는 주황빛 조끼를 걸친 그의 얼굴은 추위로 벌겋게 얼어 있었습니다. 마침 ‘공사 중’ 안내판을 미처 보지 못하고 산책로로 접어든 아주머니에게 그는 친근하게 말을 겁니다. “며칠만 참으시면 여기가 아주 걷기 좋게 바뀝니다. 잘 만들어 놓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샛강에는 맨발걷기를 하는 분들이 꽤 늘었다고 일전에 말씀드렸지요. 부드러운 마사토로 산책로를 덮으면 맨발로 걷는 분들에게도 좋은 일일 것입니다. (제가 여름에 한 번 해봤을 때는 거칠고 굵은 돌에 발바닥이 아팠습니다.)
어제 눈이 내리고 난 오후에 잠깐 샛강에 나갔더니 그 날씨에도 맨발걷기 하시는 분들을 세 명이나 보았습니다. “안 추우세요?” 센터로 발 씻으러 올라오시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는 “한 시간 정도는 괜찮아요.” 하고 대답하고는 세족장으로 올라갑니다. “따뜻한 물이 아니라서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괜히 뭔가 더 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의 뒤통수에 대고 말을 남깁니다.
권무 팀장님과 같이 일하시는 인부들이 내내 밖에서 일하던 어느 날 오후에는 염키호테 대표님이 뜨끈한 대추차를 끓여 일곱 개의 텀블러에 담았습니다. 고생하는 분들을 챙기는 그를 보며 반성했습니다. 서로를 고마워하고 챙기는 이런 다정함으로 우리는 이 겨울 한파도 너끈히 이기겠구나 하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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