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선생님들께,
이제 올해가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정말 시간이 빠르네요.
지난 주말 드디어 <아바타2: 물의 길> 영화를 보았습니다. 192분이라는 상영 시간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몰입했습니다. 좋은 영화였어요. 그 중에 저를 울컥 하게 하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고래와 비슷한 툴쿤 사냥 장면인데요.
돈을 벌어보겠다는 인간들이 툴쿤 사냥에 나섭니다. 작살이나 폭탄을 이용하여 툴쿤을 죽이려는 시도는 매우 잔인합니다. 특히 새끼를 거느린 어미 툴쿤 (고래)를 노리는데 어미는 어떤 경우에도 약하고 느린 새끼를 떠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영화에서는 어미 툴쿤이 공격당하자, 그 툴쿤을 자신의 가족으로 여기는 물의 부족 여전사 로날이 복수에 나섭니다. 이렇게 멧케이나 부족은 인간들과의 전쟁을 벌이게 되지요.
아바타2 영화의 주제는 가족, 가족, 또 가족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딸과 아들… 이런 전통적인 가족도 있지만, 핏줄로 연결된 가족만 가족이 아닙니다. 입양한 딸도 가족이고, 인간이지만 나비족과 사는 스파이더도 가족입니다. 또한 함께 바다를 나누어 살아가는 툴쿤과 같은 동물들도 가족인 것이죠.
얼마 전에 있던 일입니다. 초로의 아주머니가 센터로 찾아오셔서 샛강에 청둥오리 한 마리가 죽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 위에 처연하게 죽어 있는 수컷 청둥오리 옆에서 암컷 청둥오리가 곁을 지키며 떠나질 않는다고, 그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겨울이 되어 멀리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청둥오리들. 같이 먼 길을 떠나온 가족이 죽었을 때,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곁을 지키는 암컷 청둥오리. 저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말만 들어도 마음 한 켠이 서늘했습니다.
가족이란 것이 그런가 봅니다. 그저 무탈하게, 함께 오래 곁을 지키며 살아가는 싶은 존재들 말입니다. 그런 가족이 억울하게 죽거나 하면 가만히 있지 못하겠지요. 자매처럼 여긴 툴쿤 고래의 죽음에 분노하는 로날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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