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175_애인 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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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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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편지가 왔어요! ????
은미씨의 한강편지 175
애인 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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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대이던 90년대에는 생활정보지가 흔했습니다. 지하철역 인근이나 가게 앞에 놓인 교차로’ ‘벼룩시장같은 무가지들은 요긴했지요. 과외 같은 알바 일거리를 찾기도 하고, 허름한 자취방에 필요한 중고 가전제품을 살 때도 생활정보지를 뒤졌어요. 그렇게 해서 한 번은 신도림 근처까지 가서 낡은 가스레인지를 언니와 함께 영차영차 들고 온 기억도 나네요. 자취방은 신촌이었고요.

 

정보지에는 다양한 광고, 구인, 구직 등등 소액의 돈을 내면 실을 수 있는 게 많았어요. 가끔 재미있던 것은 애인 구함이란 광고였죠.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아요. 나이와 성별이 있고 (대개 남성들이 광고를 냈죠.) ‘미래를 함께 할 참한 여성을 구한다든지 하는 광고였어요.

 

한강조합도 한강에 푹 빠진 한강에In’ 혹은 한강을 정말 사랑하는 한강愛人을 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도 그런 애인들이 있지만 더 많은 한강애인을 구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애인은 곁을 지켜주고, 믿어주고, 힘들 때 손을 잡아주고, 좋을 때 같이 기뻐해주는 사람이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해주고 북돋아 주기도 하고요. 한강도 그러고 싶어요. 무조건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애정과 기쁨을 돌려드리고 싶죠.

 

무엇보다 애인은 눈에 콩깍지가 씌워야 애인이죠. ^^ 제가 보기엔 염키호테 대표님이 그런 분입니다. 그가 샛강을 대하는 걸 보면 단단히 콩깍지가 씌웠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11일 있었던 샛강 해돋이 행사가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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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생태공원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여의도 도심 한복판에 있는 숲과 강으로 이루어진 습지공원입니다. 윤중로 제방 아래 있어 낮고, 그래서 샛강숲에 있으면 아늑해요. 겨울에도 덜 춥죠. 지대가 낮아서 홍수 때는 잘 잠기는데, 지난 여름에 네 번이나 침수된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샛강숲 위로 드리워진 샛강문화다리 너머로 해가 질 때는 꽤 멋있기도 해요. 노을이 번지면 기분이 황홀해지고요. 저녁 퇴근길에 보는 달님도 운치가 있어요. 그러나 아침에 떠오르는 해는 평범하기 짝이 없어요. 제 생각에는 그래요. 동쪽 하늘을 목이 빠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빌딩들을 겨우 올라서서 높게 드리운 나무 사이로 겨우 얼굴을 내밀거든요.

 

샛강을 너무나 사랑하는 그는 새해 첫 해맞이도 샛강에서 하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1년 전에도 여의못과 문화다리를 오가며 떠오르는 해를 맞았죠. 어느 장소, 어느 각도에서 잘 보이나 부지런히 확인도 했지요. 그리고 혼자 내린 결론이, 샛강은 해맞이 명소가 될 수 있다! 하는 것이었어요.

 

그는 샛강 숲길을 걷는 사람들정지환 사무국장에게 연락했어요. 같이 해돋이 행사를 기획해보자고 했죠. 매일같이 샛강을 걷고, 누구보다 샛강을 아끼는 정지환 님은 흔쾌히 응했어요. 바로 웹자보를 만들고, 현수막을 공원에 붙이고, 따끈한 백설기 떡도 오시는 분들에게 나눠준다고 100개나 맞췄어요. (결국 오신 분이 100명보다는 한참 적어 제가 떡을 여러 개 먹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새해 첫 일출 예정 시간은 747. 사람들은 730분부터 여의못에 모였습니다. 주변은 어슴푸레한 시각.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다가오는데, 그중에 신석원 한강 감사님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가벼운 뜀 동작으로 다가오는데 맨발이었어요. 세상에! 그 모습이 어찌나 유쾌하고 건강해 보이던지요.

 

한참 기다려도 해는 보이지 않아 우리들은 새해 소원지를 종이에 적어 달고, 나무체조를 하고, 시를 낭송하고, 노래도 불렀어요. 여의못 청둥오리와 물닭들과도 새해 인사를 나눴죠. 그렇게 이제나 저제나 기다린 끝에 드디어 아이 얼굴만한 작은 해가 나무 사이로 봉긋 올라왔어요. 때는 812. 어쨌거나 첫 해니까 우리들은 환호하고 박수를 치고 해를 향해 마음 속 소원도 빌었어요. 그런 다음 샛강센터로 와서 정성껏 끓인 매생이 굴 떡국도 먹었어요.

 

오신 분들은 기뻐하신 것 같아요. 새해 일출을 보려면 높은 산에 올라가거나 멀리 운전해서 동해 같은 데를 가는데 무척 힘이 들죠. 그런데 일상의 공간에서 해맞이를 하니 새롭고 신선했나 봅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늦은 해맞이는 새해 겸손하게 소박하게 살자는 우리들의 마음가짐과도 통했고요.

 

하여간 이런 발상이 가능한 데는 염키호테 님의 무한한 샛강 애정 덕분이라고 봐요.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행복하게 새해 첫 날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선생님들도 한강 애인이 되어주시면 좋겠어요. 꼭 한강이 아니라도 무방해요. 자연도 좋고, 반려동물도 좋고, 또 곁을 지켜주고 싶은 누군가의 애인도 좋겠죠. 그렇게 사랑을 주시면 또 더 큰 사랑을 받으실 테니까요.

 

새해 더없이 행복하시길 그리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2023.01.05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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