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1/28)에도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는 ‘자연과 생태상상력으로 읽는 한국신화’ 강좌가 열렸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보고 알게 되어 왔다는 20대 여성분이 쉬는 시간에 저에게 말하더군요. 단체에서 이런 인문학 강의를 해서 놀랐다고요.
저희 한강조합은 2019년부터 샛강생태공원에서 활동하며 숲을 만들고 가꾸는 일과 더불어 인문의 숲을 만드는 색다른 일도 하고 있습니다. 생태프로그램에 더해서, 생태인문, 생태와 연결된 예술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연의 소중함과 생태의 가치를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방식이 인문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뭔가 체험하고 배우게 되면, 그 대상을 더 잘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됩니다. 동서고금을 통해 수많은 작가, 철학자, 예술가들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말해왔고, 자연 속에서 깊은 사유를 얻었습니다. 아름다운 예술 작품도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
|
샛강 인문의 숲 시작은 미미했습니다. 제가 ‘시가 있는 샛강 산책’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게리 스나이더 같은 생태주의 시인 시도 읽고, 에밀리 디킨슨, W.B. 예이츠의 시도 소개했어요. 아울러 오규원, 한강, 황인찬, 이제니, 나희덕 같은 우리 시인들의 시도 읽었고요. (그런데 강사인 제가 어설펐는지, 그다지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었어요.)
인문의 숲을 제대로 열어준 분은 김영 인하대 명예교수님이셨습니다. 평생 노자와 장자를 교단에서 가르친 그는 샛강에서 ‘노자생태교실’을 열었습니다. 자연의 순리를 통해 삶의 지혜만이 아니라, 사회 정치 경제에 대한 통찰도 함께 배웠습니다. ‘상선약수 (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아래로 흐르는 물과 같다는 노자의 가르침은 그 으뜸이었지요.
이어 나희덕 시인이 생태시 강좌, 박혜영 교수의 ‘세계의 생태작가들’ 강좌와 더불어 송경동 시인의 북 콘서트, 임옥상 화가의 미술 특강, 최용석 명창의 생태판소리, 표정옥 교수의 ‘생태상상력으로 읽는 한국 신화’와 같은 강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샛강에서는 숲속 사진전이 열리고 여름밤 샛강유람극장이라는 작은 영화제도 열렸습니다. 요즘은 앙코르 샛강유람극장이 열리고 있는데, ‘애니멀’ ‘내일’ 그리고 ‘알바트로스’라는 환경다큐멘터리 세 편이 상영중입니다.
|
|
|
인문 예술은 대상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하고,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저는 이제니 시인의 ‘흑곰을 위한 문장’을 샛강숲에서 낭독하며, 사람들이 다른 존재에 대해 상상하고 공감하는 마음을 열기를 바랐습니다.
‘흑곰에 대해서 쓴다.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선 아무것도 쓸 수 없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쓰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이를테면 흑곰의 마음 같은 것. 마음을 대신하는 눈길 같은 것. 눈썹 끝에 맺혀 떨어지는 눈물 같은 것. 머나먼 북극권으로 사라지는 한줄기 빛 같은 것. 한 줄기 빛으로 다시 시작되는 오래전 아침 같은 것. 산더미만 한 덩치에 보드랍고 거친 털옷을 입고 있습니다.’ (이제니 ‘흑곰을 위한 문장’ 일부)
숲을 걸으며 이런 시를 읽으면 비로소 주변 존재들을 더 세심히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찔레 덩굴 사이를 발랄하게 드나드는 붉은머리오목눈이나 물가에서 목욕하는 직박구리들도 유심히 보게 되고, 느릿느릿 헤엄치는 잉어 떼 사이에 다른 물고기는 뭐가 있나 살펴보게도 됩니다. 젖은 진흙 위에 또렷한 수달의 발자국을 보며 수달이 밤에 어디로 가고 무얼 먹었는지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토요일 오후 앙코르 샛강유람극장에서는 영화 ‘애니멀’ 상영에 이어 황혜림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특강이 열렸습니다. 황혜림 씨는 이전에 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로도 오래 일했고. 이후 지금까지 환경 영화들을 만들거나 보급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우리가 갖고 있는 질문과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토끼농장 등을 통해 기업식 축산이 얼마나 끔찍하고 동물복지와는 거리가 먼 일인지 충격적으로 보게 됩니다. 한 관객은 그럼에도 여전히 잡식동물로 살아가는 딜레마를 고백합니다. 다른 관객은 이런 환경영화를 통해 전세계적인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를 보지만,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는 이런 영상들을 통해 오히려 피로감을 느끼고 실천을 회피하게 된다는 고민도 나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조금이라도 실천해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 혼자 이런다고 되겠어?”라는 회의가 희망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
|
|
지구 생태계를 지키고 기후위기 대응을 하는 활동으로 샛강에서는 시민들이 나무를 심고, 생태교란종을 관리하고, 수달 서식지 보호하는 활동을 합니다.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줍깅 청년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샛강에 옵니다. 이렇게 직접적인 환경 보전 활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영화 ‘애니멀’과 ‘내일’을 만든 영화감독 시릴 디옹처럼 예술을 통해 환경운동을 하는 것도 의미가 큽니다. 그는 영화를 통해 연대와 실천, 사랑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인문의 숲 샛강생태공원에서 열리는 앙코르 샛강유람극장은 2월에도 주말마다 이어집니다. 이제 날씨도 차차 풀리고 있지요. 주말에 샛강에서 줍깅도 하고, 영화도 보시면 어떨까요? 참. 샛강에 있는 매화나무들이 이제 꽃봉오리를 맺고 있다는 소식도 전합니다. 봄이 멀지 않았습니다.
오늘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도 해제되지요. 그동안 갑갑했을 텐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희는 팬데믹 시대가 시작되었을 때 ‘코로나는 멀리, 자연은 가까이’ 슬로건을 내걸었어요. 도심 속 비밀의 숲 샛강생태공원에서 더욱 자연을 가까이하는 일상을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3.02.01
한강 드림
|
|
|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후원 계좌: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우리은행 1005-903-602443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