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이 바로 입춘이었습니다. 저희는 입춘맞이 샛강놀자 시민축제를 크게 열었어요. 바로 다음 날은 정월대보름이라 내친 김에 두 절기를 묶어 ‘봄맞이 달맞이 강강수월래 축제’도 같이 했습니다. 주중에는 내내 추운 날이 대부분이었는데, 마침 반짝 날도 풀리고 미세먼지 없이 맑았습니다. 족히 800명은 넘는 시민들이 여의샛강 축제장으로 몰려들었어요.
지난 주 실내마스크가 해제되었죠. 그건 단지 마스크를 실내에서도 안 써도 된다는 의미 정도가 아니라 3년여 기간 동안의 긴긴 코로나 터널의 끝을 나가는 기분이 아니었을까요. 아이들을 데리고 축제에 온 시민들은 비록 여전히 마스크를 쓴 분들도 많았지만 표정이 한결 밝았습니다. 목소리도 경쾌하고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어요.
작년 하반기 여의샛강 시민참여단 샛강놀자 15개 팀들이 부스를 차렸고, 여의못 광장에는 전래놀이 마당을 펼쳤습니다. 윳놀이, 투호, 제기차기, 비석치기, 그런 판들이 펼쳐지고 누가누가 잘하나 대회도 열렸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제기를 찼는데 겨우 한 개를 찼네요. 좀더 연습이 필요합니다.)
커피를 내려주며 기후변화 이야기를 하는 팀, 켈리그라피로 멋진 아이템들을 만드는 팀, 대보름 소원 쓰면 부럼 나눠주는 팀, 2030 청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써달라는 청년팀, ESG 실천 체험팀, 비 하우징을 제작하여 벌들이 입주할 수 있게 하려는 팀, 샛강 식물 전시를 하는 팀, 수달에 대한 퀴즈 맞추기 놀이를 하는 팀, 맨발걷기를 하는 팀 등등
주제도, 활동 방식도, 세대도 달라서 그 다양성이 샛강의 생물다양성만큼이나 풍부했습니다. 그 중에 어린 아이들을 자연에서 놀게 하자는 ‘공공시민’팀은 보니 아이들에게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밥상을 차리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더군요. 어른들에게는 별 볼 것이 없었는데, 부스 앞에 서 있던 선생님이 저의 팔을 잡아 끌었습니다. 아이들이 차린 밥상을 보라고, 벌써 초록이 있다고요…
아이들은 낙엽이나 시든 풀에 덮인 땅을 파헤쳤나 봅니다. 그 아래 부드러운 초록 풀들이 어느새 자라고 있었던 것이죠. 며칠 전만 해도 너무 추워서 동동거렸는데, 그 여린 풀들이 그렇게 자라 있는 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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