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조개들을 위하여 느릿느릿한 존재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기란, 동화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녹록치 않습니다.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무한 경쟁의 사회에서 느린 존재들은 열등하게 여겨지지 십상이고 배려받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만 아니라 동식물이 어울려 살아가는 자연에서도 느린 존재들은 종종 위협받게 되죠. 지금 여주 남한강에서 살아가는 조개들도 그러한 처지입니다.
지난 주에 소식을 전해드린 것처럼 강천보가 10년 만에 수문을 열었습니다. 수위를 차차 낮추고 있는데, 수위가 낮아지면서 여울이 생기고 ‘새살 돋듯이’ 모래톱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 2급인 꾸구리들이 대거 발견되고 큰고니들의 활동 반경도 넓어졌습니다. 그런데 느릿느릿한 생물들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물길이 끊긴 곳에서는 웅덩이에 물고기들이 고립되거나 느릿하게 움직이는 조개들이 장애물을 넘지 못해 위험에 처하기도 합니다. 지난 주에 한강의 김영경 과장님과 염대표님이 모니터링을 했더니 많은 조개들이 죽어가는 걸 발견했습니다. 인간이 조금만 배려하면 자연의 회복력은 매우 빠르다는 걸 느낍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작고 느린 존재들은 희생당하기도 합니다.
작고 연약한 존재들에게도 똑 같은 연민과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서 비록 말도 못하고 움직임도 느린 조개들이고 물고기들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주고 싶고 살리고 싶습니다. 하여 이번 주말부터 조개나 물고기들 구호 활동을 벌이려고 합니다.
주말 크리스마스를 지나며 날이 부쩍 추워질 것이란 예보가 있습니다. 여강에서 조개들을 줍고 물 속으로 던지는 활동을 하기엔 날이 꽁꽁 너무 추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나서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손길이, 마음이, 몇몇 생명들을 살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복된 크리스마스가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