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에게
당신은 놀라운 예술가입니다. 매일 다른 색과 풍경을 연출하니까요. 샛강숲을 걸으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미세하게 달라지는 초록의 빛. 햇빛, 바람과 어울려 담도와 채도가 다른 그림을 그려내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어제는 당신 아래 앉아서 시를 읽었습니다. 시를 읽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니까요.
Down by the salley gardens, my love and I did meet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 내 사랑과 나는 만났습니다.
She passed the salley gardens with little snow-white feet
그녀는 눈처럼 희고 작은 발로 버드나무 정원을 거닐었죠.
She bid me to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그녀는 내게 나무에서 나뭇잎이 자라는 것처럼 느긋하게 사랑하라 했죠.
(W.B. 예이츠 <버드나무 정원 아래에서> 일부)
당신은 오래 전부터 살아왔습니다. 동서양의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빗대어 마음을 토로했지요. 오셀로의 아내 데스데모나도 슬픔을 노래하며 당신의 이름을 불렀고요. 중국에서는 연인에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사랑을 맹세하기도 한답니다.
당신이 강에 기대어 오래 살아왔듯이, 사람들은 당신 아래서 그리움과 사랑, 슬픔을 부려 놓고 위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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