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선생님들께, 예전에 황정은 소설 제목인 ‘계속해보겠습니다’를 편지 제목으로 쓴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드리는 편지 제목은 ‘다시, 계속해보겠습니다’입니다. 이 편지를 설레는 마음으로 드릴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편지에서 말씀드린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 한강이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다시 3년을 활동할 수 있도록 재위탁 운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마지막 날까지 온갖 경우의 수가 머리를 스치고, 걱정과 초조로 시간을 보낸 터라 이 결과가 정말 감사하기만 합니다. 위탁 적격자 심사날을 준비하며 미리 한달도 더 전에 정장구두를 샀습니다. 맨날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터라 깔끔한 구두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휴일에는 머리를 염색하고 다듬었습니다. (미용실에 간지 1년도 더 되었습니다.) 저의 차림에 대한 준비를 하며 PPT 대본을 썼습니다. 대본을 갖고 다니며 달달 외웠어요. 먼저 한강 직원들 앞에서 연습해봤을 때는 긴장할 일도 아닌데 긴장을 해서 중간중간 더듬기까지 했습니다. 직원들은 저의 떠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곤욕스러웠을 것입니다. 한강의 미래와 수많은 사람들의 꿈이 이 결정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서일까요. 오직 나만의 일이라면 그냥 당당하게 최선을 다했을 텐데, 이번 발표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연습 때 그토록 긴장한 것도 20대 이후에는 없던 일이라 스스로에게도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대체 나이 오십이 넘어, 이런 긴장하고 더듬는 버릇 하나도 극복하지 못했던가 하고요. 지난 한강편지를 읽고 몇몇 분들이 진심으로 응원해주셨습니다. 그중에서 백은희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심사한다면 단연코 재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바로 합격에 일등인데요.” 사랑하는 마음이 통했나 싶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만이 아니라 샛강에서 만나는 모든 샛강 식구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오래 눈맞춤을 하고 산책길에 만나던 참느릅나무, 팽나무, 뽕나무와 버드나무들, 발랄하게 노는 박새와 뱁새, 센터 주위에서 언제나 보게 되는 딱새들, 청둥오리와 왜가리, 족제비와 수달을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행복한 샛강을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위탁 제안 준비를 하며 함께 수고해준 한강 식구들이 참 고맙습니다. 좋은 동료들이 있다는 것도 얼마나 복인지 모르겠습니다. 매화가 꽃피기를 오래 기다렸는데 올해는 개화가 늦었습니다. 며칠 전에야 볼 수 있었어요. 그래도 보십시오. 매화는 약속을 지킵니다. 봄이면 피어나겠다는 약속,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 생명을 이어가겠다는 약속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