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을 시간 언젠가 내게도 뿌리내리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 뿌리에서 꽃을 보려던 시절이 있었다 다시는 그 마음을 가질 수 없는 내 고통은 그곳에서 샘물처럼 올라온다 (조은 ‘따뜻한 흙’ 일부)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아 나의 사랑을 (나희덕 ‘뿌리에게’ 일부) 우리 삶에는 찾아오기 마련인 어려운 순간이나 시절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이나 상실, 간절히 원하고 준비한 일에 실패하는 일, 건강이나 재산을 잃는 일. 그런 일들이 어느 날 문득 벌어지고 또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다 해소되기도 합니다. 힘들거나 마음이 아픈 일이 생기면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도 되뇌어보고, 몸은 스트레스를 이기려고 잠을 많이 자거나 폭식을 하는 등 여러 가지를 하게 되죠. 그 중에서 훌쩍 떠나보는 여행은 가장 택하기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라디오에서 또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코로나로 여행을 가기가 어려워진 요즘, 책으로 여행을 떠나보자고 말이죠. 저는 오랫동안 북클럽을 운영하며 책읽기야말로 세계여행이라고 생각해왔어요. 책으로 지구촌 곳곳을 누빌 수 있고, 시간여행도 할 수 있어요. 이를테면 ‘데카메론’을 읽으면 중세 이탈리아로 가보게 되죠. 그동안 혼돈스러웠던 정치판과 나날이 폭증하는 코로나로 심신이 지치신 분들이 많으실 것이라 짐작해봅니다. 이럴 때는 곁에 따뜻한 차를 한 잔 준비하고 책을 펼쳐보시면 어떨까요. 훌륭한 작가들은 우리를 대신하여 인생의 고민을 평생 한 분들이라고 셍각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살 것인가 하는 본질적안 문제들에 대해 대답해주는 것이 책이죠. 그렇기에 책을 읽으면 용기와 위로,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죠. 저는 늘 곁에 몇 권의 소설책 외에도 시집을 둡니다. 요즘에는 샛강을 산책하고 나서 시집을 펼치고 아무 페이지나 읽곤 해요. 봄을 맞은 샛강에서 열심히 생명을 발현하는 만물 자체가 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이 들려주는 시도 읽고 사무실로 돌아와 시집에서 시를 읽기도 해요. 세상의 아름다움과 고통을 포착하고 들려주는 시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바아흐로, 시를 읽을 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