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126_눈이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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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coophangang 등록일2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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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126
눈이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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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섭
어제는 눈이 내렸습니다.

아침나절 내내 펑펑 내리던 눈이 샛강숲을 고루 덮었습니다잠시 멈췄던 눈은 한낮에도 가만가만 조금씩 내리더군요샛강에서 바라보면 하얀 꽃잎들이 흩날리는 듯이 보이기도 했습니다눈이 내리는 날은 새들이 유난히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특히 직박구리들이 부숭부숭한 젖은 머리를 하고 나무 사이를죽여야 하는 돌아다니며 분주하죠.

저는 샛강에 사는 토끼들과 고양이들이 떠올랐습니다눈이 내리면 그들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그들은.

저도 샛강에서 4년차를 보내고 있습니다샛강숲은 상전벽해까지는 아니더라도, 2019년 초봄에 봤던 황량함에서 생기가 넘치는 숲과 강으로 탈바꿈했어요샛강에서의 첫해에는 나무와 꽃에 눈길이 갔습니다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버드나무와 팽나무뽕나무와 참느릅나무들그리고 주로 봄에 많이 피어나는 애기똥풀이나 라일락조팝나무 꽃들을 보았어요.

첫해에는 생태교란종 마른 덩굴에서 나무들을 구해내는 일이 급했고그 해 가을에는 태풍 링링으로 쓰러진 백여 그루의 큰 버드나무들을 돌아보러 다녔어요그러다 차차 버드나무와 친한 박새들이 눈에 들어오고센터 근처에서 꾸준히 만나는 딱새가 귀엽게 여겨졌습니다그때는 버드나무에 매달린 박새를 보고 꽁트 같은 짧은 이야기를 짓곤 했어요작년부터는 샛강에 사는 동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수달과 너구리그리고 갈 곳이 없어 흘러온 토끼와 고양이들.

우리나라 최초의 생태공원그것이 이곳 샛강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수식어로 말해지곤 합니다생태공원은 무엇일까요생태계를 보호하는 곳이겠구나 대개 짐작을 하시겠지요생태공원에서는 자생종과 보호종 동식물들은 귀히 대접을 받습니다샛강에서는 그동안 발견된 보호종이 21종에 이르고 있어요작년 새로이 이사온 수달을 포함해서요.

생태교란종 혹은 외래종들은 몹시 미움을 받습니다생태교란종 가시박은 순식간에 숲을 장악해버리니 나무들을 구하는 저희들도 바쁘고시민들도 줄기차게 민원을 제기합니다단풍잎돼지풀환삼덩굴며느리밑씻개… 그런 풀들이 아주 많아요언제는 세어 보니 한 11가지가 샛강에 살더군요붉은귀거북이도 포획해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강이나 연못 한가운데 모습을 드러내는 그들을 포획하기 만만치 않아서 그들은 목숨을 부지합니다그리고 여기에 더해 작년에는 토끼 두 마리가캣맘들이 돌보는 길고양이들이 있습니다이들은 인간들의 집에 살다가 버림받는 동물들로 보입니다.

토끼 한 마리는 여의못 근처에다른 한 마리는 서울교 근처에 살았습니다몇 백 미터 떨어진 곳이죠그런데 얼마 전에 이들 두 마리가 만났더군요검정 얼룩 토끼가 노랑 얼룩 토끼를 부지런히 따라다니는 걸 봤어요노랑 얼룩 토끼는 혼자 사는 게 더 익숙한지 검정 얼룩 토끼를 피하는 것 같았습니다.

고양이들은… 참 어렵고 난감합니다저희는 기왕 사는 애들은 도로 길가로 내쫓을 수는 없으니 중성화하고 제한적으로 살게 하면 좋겠다 하는 마음인데요캣맘들이 공원 안쪽으로 들어와 곳곳에 밥을 두고 갑니다공원 가장자리 지정한 곳에만 해달라는 요청에도 묵살하고 안쪽에 깊숙이 들어오곤 해요그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출근해서 샛강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요즘 샛강센터는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요주중에 오기 어려운 분들은 주말에 놀러 오세요.) 멀리 성모병원 인근까지 가서 저희가 잉어섬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떼지어 놀고 있는 잉어들과 가물치들을 한참 구경하고 왔어요주변에 수달 똥이 있나 살폈는데 거기엔 없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윤중로 쪽 사면에 나무와 덤불 사이에서 나란히 앉아 겨울 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 세 마리를 보았습니다셋 다 노랑 얼룩 고양이한 배에서 난 가족인 것 같았습니다저도 모르게 혀를 끌끌 차게 되더군요.

나이가 들수록 목숨 가진 존재들이 다 애틋합니다그런데 자연이나 생태에는 우리가 가급적 개입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샛강숲에서도 원래 그 자리에서 살아가는 토박이들과 외부에서 온 교란종들이 어느 수준에서 공존할 수 있을까요샛강을 돌보고 자연을 지키는 입장에서 끝없이 고민되는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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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경
#여주 사는 재두루미
한강에서 일하는 저희들이 가진 마음의 기저에 가장 큰 것은 연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강과 같은 자연 그 자체가 아름답고 좋아서 이런 일을 하기도 하지만거기에 깃든 생명들에 대한 연민이 우리를 움직입니다

샛강에 눈이 덮이면 먹을 것이 없어 쓸쓸할 동물들이 떠오르듯이춥고 배고픈 겨울철에는 야생에 사는 새와 동물들이 두루 염려가 됩니다저희가 전에는 겨울이면 장항습지 재두루미들을 먹이는 일을 해왔는데요이번에는 여주 사는 재두루미들을 먹이려고 합니다요즘엔 수확을 마친 논바닥에 떨어진 알곡이 거의 없어요시베리아에서 멀리 날아온 재두루미들은 논바닥을 뒤적이지만 배가 고플 겁니다… 볍씨를 사서 뿌려주면 겨울을 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재두루미를 먹이는 일은 시민들에게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카카오 같이가치’ 모금함을 개설했고돈이 적당히 쌓이면 볍씨를 살 수 있어요겨울은 누구에게나 춥지만먹을 것이 없는 존재들에게는 훨씬 더 춥습니다먼 곳에서도 친정처럼 찾아온 재두루미들을 위해 마음을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겨울 숲
눈 덮인 샛강 숲이 아늑합니다바람도 숨을 죽이고 조용히 지나갑니다쉼이 필요하실 때 걸으러 오세요정희성 시인의 시 을 들려드리며 편지 가름합니다.

<> _ 정희성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평안하시길 바라며.

2022.01.20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후원 계좌사회적협동조합 한강우리은행 1005-903-602443
홈페이지 http://coophangang.kr
<한강人을 소개합니다. 조혜진 조합원님>
한강인이 되신 멋진 조합원님들을 한 분씩 만나봅니다. 
조혜진님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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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숲을 천천히 거닐며 몸을 낮춰 작은 것들을 보고나무를 어루만지며 그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또 나뭇잎과 바람의 향기에 스며들기를 좋아하는 저는 나무곁에 조혜진이라고 합니다.
숲에서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고요동네에서 작은 생태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자연을 가까이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어요.

Q. 한강 조합원이 되신 계기가 뭔가요?
한강조합이 시작될 무렵 염형철 대표님의 다정한 권유에 조합원이 되었어요환경운동연합 미디어홍보팀에서 일하면서 함께 바라보던 자연과 세상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이 한강조합을 만드신다고 하니 더욱 설레고 신이 나더라고요.
한강이라는 생명의 물줄기에 생태와 문화를 더해 굽이굽이 본연의 모습으로 흐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강조합의 활동에 힘을 더하고 싶었어요마음만큼 조합원 활동을 적극적으로 못하는 게 아쉽지만그래도 늘 응원합니다한강~

Q.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두 딸의 엄마로숲선생님으로느릿느긋 책방지기로 지내고 있지요.
책방을 하면서 동네에서 자연을 만나고 읽는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어요그것도 결이 비슷하고 하고 싶은 것도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말이죠. <숲보>라는 생태예술교육 커뮤니티인데어떤 틀에 메이지 않고 서로가 에너지가 되어 밀어주고 끌어주고 있답니다.
숲보와 함께 작년부터 지역의 생태를 영상이나 그림사진 등으로 기록하고 모으고 있어요제가 살고 있는 동네 숲에서 만날 수 있는 보물 같은 순간들공간들존재들을 기록하는 거예요그리고 여러 방식으로 그것들을 사람들과 나눕니다요즘은 나눌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하잖아요기록과 사유가 쌓일수록 우리가 그 경이로운 자연에 일부임을 깨닫게 돼요.
Q. 한강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쏟아지는 뉴스레터 중에도 늘 클릭해서 챙겨보는 <은미씨의 한강편지>. 조은미 대표님의 맛깔나는 편지글도 좋고궁금했던 한강조합 소식도 왕왕 전해져서 좋더라고요.
샛강숲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이 계시는 곳 가까이에 강이나 습지숲이 있다면 그곳에서 만나는 보물들의 이야기를 종종 나누면 어떨까요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은미씨의 한강편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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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생태와 문화를 가꾸며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한강조합에서 함께 일할 직원을 찾습니다. 
한강조합의 비전에 공감하고 꿈을 실현하며 성장하고자 하는 분은 관심과 지원바랍니다. 
 채용 내용 
1. 경영지원팀 (과장급) 
직무 : 회계, 행정, 인사관리, 총무 등 경영지원 업무 전반 
자격요건 : 회계 등 경영지원 업무 5년 내외 (회계 자격증 소지 우대) 
급여 : 연봉 3,000만원 
2. 경영지원팀 조직 및 행정 분야 (담당자) 
직무: 조직관리, 행정, 사업관리 
자격요건 : 관련 전공자. 신입 가능 
급여 : 연봉 2,600만원 
3. 기획사업팀 생태 분야 
직무 : 생태 분야 연구 및 교육, 네트워크 활동 
자격요건 : 관련 분야 석사 (필수). 5년 내외 경력 
급여 : 연봉 3,000~3,600만원
* 지원 방법 :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제출 (22. 1. 24 마감)
* 이메일 [email protected] 
문의 : 한강조합 대표번호 02-6956-0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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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같이가치] 여주에 찾아오는 재두루미를 위해 모금함을 열었습니다.
응원하고 공유하고 댓글 쓸 때마다 카카오가 대신 기부해요.

한반도를 월동지나 중간기착지로 이용하고 무리를 이루어 서식하기 재두루미에게는 충분한 농경지가 확보돼야 합니다. 그러나, 인위적인 개발 때문에 서식지가 단편화되고 인간의 간섭이 심해질수록 두루미류의 서식환경은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눈 쌓인 겨울에는 두루미들이 먹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고난의 시기입니다. 인간에 의해 줄어든 농경지... 지금이라도 우리가 도와야 합니다. 먹이 부족시기에 적절한 월동지에서의 먹이 공급은 재두루미 생존에 꼭 필요합니다.
여주 양화천에서 재두루미 먹이주기 활동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조합원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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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가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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