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하신지요?
요 며칠 겨울 한파가 맵싸합니다. 외출할 때는 단단히 껴입으시고 따뜻하게 다니셔요.
저는 요즘 새해 첫 책으로 아룬다티 로이의 소설 <작은 것들의 신>을 읽고 있습니다. 인도 케랄라 지방을 배경으로 한 가족에 얽힌 사랑과 비극을 그리고 있는데요. 소설의 중요한 모티브와 배경으로 강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라헬이 강으로 돌아왔을 때, 강은 이빨이 있던 자리에 구멍이 난 섬뜩한 해골 같은 미소를 지으며 병원 침대에서 들어올린 힘없는 팔로 그녀를 반겼다.
두 가지 일이 일어났다.
강이 작아졌다. 그리고 그녀가 자랐다.
강 하류에는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쌀 농장주 단체의 표와 맞바꾼 바닷물을 막는 보가 건설되어 있었다. (중략)
6월임에도, 그리고 비가 내렸음에도 강은 불어난 배수구에 불과했다. 탁한 물의 가느다란 띠가 진흙보 양옆을 지친 몸짓으로 두드렸고, 이따금 비스듬히 떠오른 죽은 은빛 물고기들로 반짝였다. (아룬다티 로이 <작은 것들의 신> p174~175. 문학동네)
보로 가로막혀 썩어가며 죽은 물고기들을 내뱉는 강은 주인공들의 비극적 운명을 암시해줍니다. 작가인 아룬다티 로이는 소설가이자 사회운동가입니다. 그녀는 세계화, 자본주의, 환경 파괴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는 액티비스트죠.
언제부턴가 소설을 읽을 때 ‘강’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한강에서 일하며 강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커져서 그런 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지 엘리엣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델리아 오언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같은 소설들을 보면 강이 인간들의 삶에 얼마나 소중한지, 강이 얼마나 크고 생명력으로 약동하는지, 강이 우리 삶과 얼마나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지 느낄 수가 있어요.
아룬다티 로이의 소설에서는 부패한 인간들이 부패한 강을 만들고, 그것은 결국 인간들의 비극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강은 자유로워야 하고, 자연스럽게 흘러야 하는 모양입니다.
#여강을 위하여
4대강 사업으로 여주 남한강에 만들어진 강천보로 10년이 넘게 강이 막혀 있었습니다. 그 강천보가 지난 12월부터 조금씩 열리고 있습니다.
보에 막혀 숨죽였던 강은 놀라울 정도로 빨리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모래톱이 돋아나고 여울이 노래를 부릅니다. 파괴의 삽날에 사라졌던 멸종위기종 물고기들이 여울을 따라 돌아왔습니다.
강이 열리기 시작하자, 저희도 모니터링을 시작했습니다. 한겨울 매서운 추위도 되살아난 강을 만나려는 한강 사람들의 열기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몇 주 전부터 주말마다 여강 도리섬과 청미천 일대에서 모니터링과 강 가꾸기 봉사활동, 물고기와 조개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마음은 함께 하고 싶은데 같이 갈 여력이 안 되시는 분들을 위해 후원 방법을 마련했습니다. 봉사자들을 위해 마일리지를 구입해주신다면 더 많은 봉사자들이 잘 활동할 수 있고 더 많은 여강의 생명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