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잘 쉬셨는지요? 설을 보내며 새해 한강의 모든 선생님들이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길 다시 한 번 기원합니다. 저는 연휴 동안 바람부는 고향 제주를 다녀왔어요. 모처럼 며칠 샛강을 떠나 있게 되니 그새 아쉽고 그리운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그만큼 샛강생태공원이라는 곳에 단단히 몸과 마음이 길들여져 있었나 봅니다. 그런 저의 마음을 아는지 김영 한강 고문님은 설날 고적한 샛강을 산책하고 사진을 보내주시더군요. 눈에 덮인 숲과 강이 참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한강조합도 샛강에서 2019년 초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만 3년이 되어갑니다. 그 3년 동안 샛강의 모습이 참 많이 변했습니다. 그 변화가 좋은 쪽이라고 시민들이 말씀해주셔서 저희로서는 일을 하는 보람이 큽니다. 3년 사이 샛강에는 습지가 더 늘었으며 새로운 공간도 여러 군데 생겨났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운영후원사업으로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도 생기고, 수달 서식을 위한 습지와 여울이 만들어지고, 계류 폭포도 두 군데 만들어졌어요. 샛숲길 3, 4코스라는 산책로도 개통되고 어린이습지원, 수달못도 조성되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공간이 만들어지다 보니 이름이 고민이 되었습니다. 과거 샛강 조성 시 불리던 몇몇 명칭들이 있는데 그것이 적절한지부터 (생태적, 장소적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니까요.) 따지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샛강의 깃대종이라 할만한 조류가 해오라기가 아닌데 해오라기 마당이 있고, 창포가 거의 없는 창포원이 있어요. 센터에서 여의교로 가는 중간쯤에는 생태못이라는 너른 습지가 있는데, 대체 샛강생태공원에 ‘생태못’이 아닌 못은 어디 있을까요. 2021년에는 현대차그룹 후원사업으로 어린이 생태놀이터를 조성했습니다. 그런데 정식 놀이터라고 하려면 각종 놀이터 기준 인증을 거쳐야 한다니 제가 ‘놀이팡’이라고 제주도 말인 ‘팡’을 써서 지었습니다. 팡은 평평한 공간을 뜻하는 말로 쉼터 같은 곳에 쓰이는 말이지요.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뜻으로 문학작품 속 주인공 이름을 붙여볼까 했습니다.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 피터팬, 혹은 말괄량이 삐삐 같은 이름이었어요, 꼭 외국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도 좋은 이야기와 전통이 있을 텐데 하는 데로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래서 원래 동화 속에서는 콩쥐와 팥쥐가 사이가 좋지 않지만, 누구나 사이좋게 노는 놀이터라는 뜻으로 ‘콩쥐팥쥐 자연놀이팡’이라 이름지었어요. 생태못이나 새로이 생긴 습지에도 어떤 이름이 적절할까 계속 고민중입니다. 아무래도 문학적인 것에서 영감을 얻는 저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이나 예이츠의 시에 등장하는 호수 이니스프리 등을 먼저 떠올렸어요. 그리고는 우리나라에는 좋은 이름이 없나 또 고민해보고요. 우리나라에서 생각나는 건 심청이 몸을 던졌던 인당수. 물론 바다지만 물에 이름을 붙인 것이니까요. 희생 제의로 몸을 던진 소녀가 왕후로 돌아오는 스토리는 꽤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인당수는 한강조합의 초대 이사장이신 강우현 대표님이 탐나라공화국에 만든 연못이기도 합니다. (물에 빠지고 재탄생하는 페스티벌을 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샛강생태공원에도 여러 이름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먼저인 이름인 시민참여공원입니다. 시민들이 함께 가꾸고 만들어가는 공원이란 뜻입니다. 새해가 되어 시민들이 만드는 생태인문프로그램인 <앙코르 샛강놀자>도 한창 진행중에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한 기업체 신입사원들이 연수 중에 새들을 위하여 새집을 만들어 달기도 했습니다. 버드나무교실 자원봉사자들은 거의 매일마다 샛강을 찾습니다. 이런 참여와 노력들이 결국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행복한 시간과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