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53_2024 샛강 토끼와 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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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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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53_2024 샛강 토끼와 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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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랑이를 집에 데려오고 나서 난감하고 때로 성가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오자마자 가족들이 알레르기로 한달 여 고생을 하기도 하고, 청소할 것들이 늘었습니다. 집안 곳곳 의자들과 침대에 머물러서 하얀 털이 뒤덮습니다. 이불과 베갯잇을 수시로 빨고 테이프로 털을 제거해줘야 합니다. 이런 일들은 그나마 할 만한데, 10년 동안 우리 가족으로 살아온 기존 고양이 마루와 싸우는 것이 골치입니다. 

 

옛날에는 싸움구경과 불구경이 재미있다고들 했습니다. 요즘 시대에는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없겠지요. 옛날에 동네에서 어른들이 술 먹고 드잡이하는 것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재미있었나 봅니다. (저는 우리 아버지가 그러는 모습을 종종 봐서 곤혹스럽기만 했지요!) 어린 시절 말고는 누구 싸움 구경을 한 적이 없는데, 랑랑이와 마루 두 마리 고양이들 때문에 싸움 구경을 합니다. 둘이 엉겨 붙어 육탄전을 벌일 때에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싸우고 나면 랑랑이를 조금 더 혼내게 됩니다. 마루 형님에게 좀더 잘하라고 말하죠. 마루 입장에서는 랑랑이가 우리 집에 오기 전에는 혼자서 사랑을 독차지하고 집안 곳곳을 누비고 다녔는데, 어디서 굴러먹다(!!) 온 녀석이 나타나서 곳곳을 돌아다니니 얼마나 성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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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면 랑랑이를 안방에 격리하고 야단을 칩니다. 그렇게 하다가도 가만히 랑랑이 눈을 마주 바라보면 애틋한 마음이 됩니다. 지난 겨울 중랑천 강가에서 발견된 랑랑이는 보름 남짓 추운 강가에서 굶었지요. 버림받은 랑랑이가 혼자서 그 겨울에 겪었을 두려움, 추위, 배고픔, 외로움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한없이 연민이 생깁니다. 마루 눈치를 보느라 살갑게 다가오는 랑랑에게 애정 표현도 잘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지요. 

#샛강 토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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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샛강에 버린 토끼 C.이용성)

애석하고 가련하다 이내 신세 가련하다 


주인에게 버림받고 한밤중에 내쫓기어 


여의샛강 숲속에서 나 혼자서 살아가네 


푸짐하던 먹을 거리 온데간데 사라지고 


달고 쓰고 상관없이 잡풀들을 먹어가며 


비가 오나 해가 나나 고단하게 살아가네 


조선시대 토선생은 용궁구경 다녀오고 


별주부도 독수리도 사냥군도 속이면서 


산천유람 유쾌통쾌 잘만 살다 달나라행 


신선따라 월궁 가서 여태까지 산다더라 


서울도심 여의샛강 살기좋다 소문나도 


버림받은 이내 신세 몸 둘 곳이 마땅찮고 


고양이며 수달이며 건들건들 무섭지만 


무엇보다 최고 위협 나를 버린 인간족속 


몇 해 전에 버림받은 토끼들도 온데간데 


누구 소행 씨씨티비 밝히기는 어렵지만 


분명쿠나 인간족속 몸보신을 한답시고 


가련하게 살아가던 토끼들을 먹었구나 


장마기에 홍수나면 내 신세는 어쩔거나 


여보시오 누구 없소 내 목숨 좀 살려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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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살아가는 토끼들 C.이용성)

두 해 전에 샛강에는 토끼들이 몇 마리 살았습니다. 사람이 옆에 가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다가오기도 하던 토끼들이었죠. 집에서 키우다가 버린 것이 분명해 보였어요. 그 해 겨울은 추웠는데 토끼들이 겨우내 잘 살아남기를 기원했습니다. 기특하게도 토끼들은 겨울을 잘 이겨냈는데, 어느 봄날 사라졌어요. 누군가 잡아갔나 싶어 씁쓸했습니다. 

 

샛강에서는 박혜영 교수의 <기후 위기가 삶의 위기  샛강에서 시작하는 커먼즈(Commons)> 강좌가 4회 열렸습니다. 어제가 그 마지막 강의였는데요. 4강의 제목은 커먼즈, 함께 삶을 돌보는 기술이었습니다. 

 

알찬 강의 내용들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말들은 이렇습니다. 커먼즈를 돌보려면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 커먼즈의 영역을 계속 늘려야 한다. 모든 존재들에게는 기댈 언덕이 필요하다. 그리고 안심할 수 있는 우정의 네트워크, 환대의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들은 여의샛강생태공원을, 중랑천을, 미호강을 그리고 한강조합을 그런 우정과 환대의 공동체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사랑하고 함께 서로의 삶을 돌봐주는 일. 누구라도 안심하고 찾아오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일. 그런 공간을 샛강에서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중랑천에서 만난 고양이 랑랑이에게도, 샛강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토끼들에게도 기댈 언덕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우리 곁의 존재들에게 눈길과 마음을 내어주는 그런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장마철 건강도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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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열렸던 박혜영 교수의 커먼즈 강의 C.박경화)

2024.07.04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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