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반장이 말하다
그 양반 사고치는 거 몇 년 동안 보기도 하고 듣기도 했지. 일단 해봅시다. 우리가 합시다. 되는 데까지 해봅시다. 그런 말들을 입에 달고 사는 양반이야.
난 원래 샛강생태공원에서 거기 팀장님들하고 일했어요. 유팀장님 김팀장님 깨농이랑 나, 때때로 창직 선생도 일하고. 여럿이서 교란종도 관리하고 망가진 산책로도 보수했지. 겨울엔 새집도 만들어 부모들이 애들 데리고 오면 달게 했어. 나중에 모니터링 하는 사람이 그러던데 딱새랑 박새들이 아주 잘 썼다고 하대. 누구는 영상도 찍었어. 박새 가족 영상 말이야.
샛강에서 재밌었어. 땀 흘려 일하고는 퇴근하면 우리끼리 꼭 한 잔 하지. 막걸리랑 감자전을 두고 하루 동안 공원에서 있던 일들을 떠들다 보면 몇 병이 금새 바닥이 나. 여의도 상가에 있는 왕서방네 직화구이 그 집이 아주 좋아. 비싸지도 않고.
근데 어느 날 염대표가 와서 그러는 거야. 반장님, 좀 도와주세요. 중랑천에 생추어리 한 번 멋지게 만들어 봅시다.
생추 어리? 처음엔 못 알아들었어. 상추인지 생큐인지. 뭐 그런 어려운 단어를 써서 말하는지 지금도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 나중에 조대표가 그러대. 그거 비빌 언덕 같은 거예요. 야생동물들에게도 비빌 언덕이 있음 좋잖아요? 하면서 말이야. 조대표는 맨날 소설책을 읽는다는데 그 말도 영 엉뚱해. 나도 이 나이에 비빌 언덕이 없는데 뭔 동물들까지 비빌 언덕이 필요해?
나중에 염대표가 현장에 나를 데려가더니 열심히 설명하더라고. 홍수가 나거나 할 때 야생동물들이 쉴 수 있는 피난처 같은 데라나 뭐라나. 나는 집도 일산이라 멀어. 그런데 이 양반 참 집요한 데가 있어요. 삼고초려 저리 가라야. 알겠다고 할 때까지 주말이고 밤이고 없이 카톡과 전화를 해대는 거야. 내가 두 손 두 발 들었지. 그렇게 3월부터 와서 일하고 있어. 힘드냐고? 아니 이봐요. 내 모습을 보고 그런 질문이 나와? 힘들지, 그럼 안 힘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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