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일을 하시는 태희 반장님에게, 요즘은 하실 만하냐고 물었어요. 아침은 좀 나은데, 11시 넘으면 힘들어유. 두어 시간은 여전히 푹푹 쪄유. 따가운 햇살 때문에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그가 말했어요. 그는 지난 5월에 한강에 입사했는데, 대체로 혼자서, 일이 많을 때는 동네 어르신 한두 분이랑 같이 일을 하죠. 진천 사무실에는 샤워할 데도 없어요. 종일 몇 번이고 젖고 마르기를 반복해서 짠내가 나는 옷차림 그대로 그는 퇴근해요.
현장에서 생태 관리를 한다는 건 무척 고된 일이죠. 때로 혼자 결정하거나 대응해야 하는 상황들도 어려울 거예요. 그래도 그는 이 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생태관리를 위해 채용되었지만, 그는 또 뭐든지 해요. 짐을 나르고, 망가진 걸 수리하고, 나무를 잘라서 쉴 곳을 만들거나 싱크대를 설치해주기도 했어요.
한달 여 전에 진천에서의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저는 일은 한 것도 없이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나중에 보니 스포츠 샌들이 진흙으로 엉망이 되었죠. 회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보니, 샌들이 말끔히 물에 씻겨 있었어요. 태희 반장님이 그 사이 씻어두셨더군요. 자원봉사자들과 몇 시간을 나무를 심고 습지 관리를 하며 기진맥진했을 텐데, 저의 샌들을 씻어둔 것을 보고 황송한 마음이면서도 고마웠어요. 이렇게 다정한 동료들이 저에게 있구나 새삼 느꼈어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A small good thing)’이라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에서는 이런 장면이 있어요. 아이를 잃고 황망한 마음에 잠긴 부부에게 빵집 주인이 실수를 해요. 왜 주문한 생일 케익을 찾아가지 않냐며 부부에게 여러 번 전화해서 괴롭히죠. 그는 그 생일케익의 주인공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니까요. 부부의 사정을 알자 그는 진심으로 사과를 해요. 그리고는 갓 구운 따뜻한 롤빵을 내놓죠. 어서 먹어보라고,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될 거라고.
이 소설의 원제는 ‘a small good thing’이랍니다. 직역하면 작은 좋은 것이라는 말이 되죠. 태희 반장님이 저의 샌들을 씻어주신 걸 보고, 한강에는 이처럼 ‘a small good thing’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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