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는 가족들과 잘 보냈습니다. 오랜만에 아이와 같이 영화도 보고 다같이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었어요. 산책을 평소보다 더 오래 했고,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짧은 소설책도 찬찬히 음미하며 여러 번 읽었답니다. 마루와 랑랑 고양이들도 크게 싸우지 않고 제 주변을 맴돌았어요. 물론 여전히 서로 으르렁대긴 합니다만.
#랑랑의 추석
랑랑을 처음 만난 곳이 어디였냐고,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산책로 옆 수로 쪽에 온통 칡덩굴과 단풍잎돼지풀로 덮인 강가를 가리켰습니다. 저기, 저 안쪽에.
겨울에 쓰레기를 치우고 새들의 쉼터를 만드느라 근처를 몇 날 며칠 다녔는데도, 랑랑이를 만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덤불 아래쪽에 가져다 두었기 때문이죠. 어떤 모진 마음이…
랑랑이는 제가 집에 있으면 졸졸 따라다녀요. 안방과 거실과 화장실과 주방. 제가 가는 곳마다 조용히 따라와서 근처에 자리를 잡죠. 때로 눈이 마주치면 저를 해맑은 얼굴로 올려다봐요. 조금은 불편한 뒷다리로 부지런히 저를 따라다니는 걸 보면서, 종종 랑랑이의 중랑천에서의 시간을 생각해요. 그 때 느꼈을 허기와 추위, 무서움과 외로움을 생각하면 한없이 애틋한 마음이 생기죠.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 중랑천에 잠깐 들렀습니다. 연휴 내내 중랑천이 궁금했을 염키호테 대표님은 일찌감치 나와서 일을 하고 있더군요. 강가에 만들어 놓은 우중가든(우리는 중랑천을 가꿔요, 라는 우중가 선생님들이 만든 정원)과 강변가든에 며칠 사이에도 풀들이 많이 자랐다고, 그의 손길이 바빴습니다. 제가 가서 훼방 놓지 않았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다 쓰러지지는 않을지 염려될 정도였어요. 그는 잠시 쉬며 음료수를 연거푸 마셨는데, 핸드폰을 보더니 “폭염 경보 알림이 떴네…”하고 중얼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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