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를 좋아합니다. 무척 좋아하죠.
나를 무척 좋아하니까, 그녀는 내가 어디서 사는지, 무얼 먹고 사는지, 그럭저럭 잘 사는지, 누구랑 사는지, 그런 것들을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위해 이것저것 보탬이 될만 하다고 여겨지는 일들을 합니다. 내가 사는 강과 주변의 쓰레기를 치워주거나 쉴 수 있는 곳들을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그녀는 또 나를 좋아하니까, 내가 사는 강가에 매일같이 나옵니다. 나는 낮에는 잠을 자니까, 밤 동안에 내가 걸었던 곳, 내가 쉬던 곳, 내가 밥을 먹던 곳을 킁킁 냄새를 맡으며 찾아다니죠. (아, 이런 게 스토커 비슷한 건가요? 그래도 그녀의 그런 행동들이 싫지 않고 또 내가 방해받지는 않으니 스토커가 아닌 팬이라고 하는 게 맞겠군요.)
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녀가 내가 사는 강가에 매일같이 다녀가지만, 나는 그녀를 만나지 못합니다. 달빛을 받으며 돌아다니는 나도 역시 그녀가 남긴 냄새와 발자국 같은 흔적으로 짐작할 뿐이죠.
나는 원래 강 위쪽에서 살았어요. 그러다가 하류 부근에 그녀와 그녀의 일행이 우리들이 살기 좋은 집을 지었죠. 낮은 언덕에는 생동 생추어리라고 (표지판이 붙어 있어서 이름을 알았어요.) 부르는 곳으로 탈바꿈했어요. 나는 그녀가 지어준 집에서 지내며 생동 생추어리를 오가며 놀았어요. 그러다 지난 여름에 홍수가 지며 집이 엉망이 되었는데, 그들이 와서 청소를 해주고 갔어요. 고마웠어요. 언제 기회가 되면 한 번 직접 얼굴을 보여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잘 지내고 있고, 고마워한다는 것을 말해줄까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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