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선생님들께,
지난 화요일에는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눈은 하염없이 부드럽게 내려 눈부신 빛으로 샛숲을 덮었습니다.
숲 속에서 새들은 더 분주하게 어딘가 쉴 곳을 찾아 날아갑니다. 부숭부숭한 머리털 위로 눈이 덮이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 직박구리는 붉은 찔레 열매를 쪼아봅니다. 산책을 하는 사람들은 설경의 일부가 되어, 슬로 모션으로 돌리는 영화 속 장면처럼 움직입니다.
창밖을 구경하던 염키호테님이 어린 아이 같이 천진한 표정으로 빙그레 웃으며 말합니다. “우리 눈사람 만듭시다.”
대답할 새도 없이 그는 금새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뒤따른 현섭 선생님과 함께 그들은 오래도록 눈덩이를 굴렸습니다. 산책하던 사람들이 간혹 걸음을 늦추고 구경했습니다. 한참 시간이 흐르고 눈도 그쳐갈 즈음에 두 개의 눈사람이 만들어졌습니다. 눈사람 옆에서 포즈를 취하며 다들 활짝 웃었습니다. (염키호테님은 네 명이 참석한 눈사람과의 기념 촬영 행사에서 한 말씀 전하길, 눈이 내리는 상황을 냉철히 분석해보았고 그 결과 샛강공원의 시민 서비스로 포토존 제공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
이튿날은 기온이 꽤 올랐습니다. 눈사람은 하루 사이 녹아내렸습니다.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선물하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눈덩이를 굴렸던 염키호테님은 아쉬워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누그러진 날씨가 좋았습니다. 매서운 한파에 며칠 시달리니 어서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왔으면 하고 벌써 기다려집니다.
눈은 녹고 질척거리며 젖은 땅 아래로 물은 스며듭니다. 그 물은 나무 뿌리를 적시고, 고요히 숨쉬는 무수한 씨앗들에 생기를 불어넣겠지요. 겨울 숲에서 어떤 나무들은 작고 단단한 꽃눈을 잔뜩 틔운 채로 겨울을 나는 것을 봅니다. 매화나무가 그러하고, 목련이 그러합니다. 그렇게 부지런히 생명의 기운을 모아, 어느 이른 봄날 일시에 팝콘처럼 기쁨으로 터져 나오게 되겠지요.
#새해, 공감과 웃음으로 흘러라 한강! 새해가 밝고 어느새 보름이 더 지났습니다. 이번 새해는 더욱 마음을 다잡아 보고, 희망을 품어봅니다. 지난 해 내내 다들 코로나로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서로 수고했다고, 고맙다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새해이며, 같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우리 사회 이웃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새해입니다.
한강은 작년 내내 조금이라도 사회에 힘이 되고 희망이 되고 싶었습니다.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에게 자연을 선물하기 위해 마음을 다했습니다. 봄부터 여름, 가을에서 겨울까지 샛숲에 나무를 심고, 쓰레기를 걷어 내고, 예쁜 산책로를 만들었습니다. 숲 여기저기에서 느긋이 걷고 쉬는 시민들을 보며 보람을 느꼈지요.
샛강 샛숲에서 1년 365일 지내다 보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겠습니다. 코로나로, 경기침체로, 곳곳의 일시 멈춤과 거리두기로, 저희 역시 외롭고 막막하고 걱정과 한숨도 없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강은 참 행복하구나 싶습니다. 언제나 나무들을, 숲을 볼 수 있고, 매일같이 노래하러 오는 박새들과 딱새, 직박구리들을 흔히 볼 수 있으니까요.
새해에도 한강은 숲을 만들고, 숲길을 가꾸고, 꽃과 나무를 심고, 새들을 먹이고 쉬게 해주고, 시민들이 자연 속에서 안온한 행복감을 누리게 하고자 합니다. 숲의 식구들이 쉬지 않는 것처럼, 한강은 쉬지 않고 샛숲을 쉼과 위로의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어려운 처지의 존재들에 대한 공감, 웃음을 잃지 않는 낙관의 정신으로, 한강조합은 새해 열심히 달려보려 합니다.
공감과 웃음으로 흘러라 한강! 오는 1월 22일 한강조합의 제4차 정기 대의원 총회를 엽니다. 4년차를 맞는 한강조합의 새로운 2기 임원진이 출범합니다. 그렇기에 대면 총회를 개최함을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시간으로 총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대의원들께서 충분히 안건을 살펴보실 수 있도록 오늘 중에 자료집을 발송해드리겠습니다.
근래 며칠은 코로나 확진자 수가 상당히 줄어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서울만 해도 천만 시민의 도시인데, 누구 하나 마스크를 내리는 사람이 없이 코로나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봅니다. 동료 시민들이, 우리 이웃들이 이렇게 고마운 분들이구나 새삼 느낍니다.
각별히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자기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되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주위를 돌아보고 도움도 베풀 수 있는 것이지요.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한 마음으로 지내세요. 그래도 행여 침울해지거나 기력이 없으시다면 저희에게 연락주세요. 샛숲에 할 일이 많습니다. 찬바람 맞으며 한참 숲에서 일하고 나면 절로 행복해지실 겁니다. 아, 물론 몸도 좀 튼튼해지고요. ^^
2021.01.19 공감과 웃음으로 한강조합 사무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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