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샛강생태공원에는 며칠 전부터 매화가 부풀어 오르고 있습니다. 예고된 주말의 강추위를 넘기면, 곳곳에서 꽃들을 만나지 싶습니다.
기다렸던 봄입니다. 한강 선생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힘찬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이번 한강편지는 염형철의 편지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 조은미님이 써 왔습니다.)
지난 주 대의원총회(22일)가 있었습니다. 협동조합이 경영상의 중요 결정을 하려면 대면 회의를 해야 한다 해서 피할 수 없었습니다. 걱정이 많았는데 결과는 순조로웠고 뿌듯했습니다. 39명의 대의원 중 28명이 참석했고, 다들 서둘러 주셔서 조금도 지체하지 않았습니다. 사전에 자료를 배포하고 의견을 들었던 터라 회의도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이렇게 짧은 회의를 위해 곳곳에서 오시고 또 집중해 주는 대의원님들이 계시니, 한강조합이 참 든든해졌습니다.
이번 총회가 특별했던 것은 1기 임원의 임기가 끝나고, 2기 임원들을 선출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강우현 이사장님이 ‘춘천 강촌리의 재생을 돕기 위해 강촌마을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기로 하면서, 법에 따라 한강조합 이사장을 겸임할 수 없기에 고민이었습니다. 한강조합의 큰 기둥인 이사장님의 공백을 어찌 메울지 답을 찾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난 12월 초순의 상황입니다.
여러 단위들이 회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한강조합’ 다운 대안은 무엇일까 숙고를 거듭했습니다. 우선 강이사장님이 편히 임기를 마무리하도록 양해하고, 강촌마을조합의 발전을 적극 지원키로 했습니다. 새 이사장을 모신다는 광고도 내고, 추천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강이사장님과 같은 인품, 전문성, 네트워크를 가진 분을 찾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젊고 열정적인 조합원을 추대해 새로운 모델을 세우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또 새 이사장의 부담이 클 수 있으니, 공동대표를 둬 돕자고 했습니다. 한강조합의 역사가 기껏 3년이지만, 내부에서 인재를 찾고 대표자로 세우는 전통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이러한 논의를 거치며, 지난 3년 간 사무국장을 맡았던 조은미조합원을 새 이사장이자 공동대표로 뽑았습니다. 조은미대표는 ‘제주 낙천리 팽나무와 곶자왈과 바람 속에서’ 자랐고 이들 기억을 소중히 생각하는 분입니다. ‘50년 간 쌓아온 자연에 대한 사랑, 문학에 대한 열정, 사람을 좋아하고 긍정 에너지를 나누며 살고 싶어’ 하고, ‘자연이 가르쳐준 선함과 호의, 베품과 돌봄으로 즐겁게 일하고 멋진 한강을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를 가진 이입니다. (따옴표는 조은미대표의 페이스북 포스팅 인용)
이미 한강편지를 통해 조대표의 따뜻한 성품과 친절한 활동은 익숙하실 겁니다. 한강을 찾는 이들에게 차와 시를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니, 조대표의 환대를 받으러 여의샛강센터에 들러주셔도 좋겠습니다. 이렇게 한강 조합은 좀 더 즐겁고 유쾌한 공동체로 나아가게 됐습니다.
공동대표로는 사업감사로 활동해 오셨던 정영원변호사님과 제가 맡았습니다. 정영원대표님은 한울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로, 한강조합의 주춧돌을 놓을 때부터 함께해 왔습니다. 호탕하고 너그러운 정대표님과, 상임으로 활동하게 될 조은미대표와 저까지 셋의 팀워크도 기대가 됩니다.
임팩트스퀘어의 도현명대표님과 대기업의 자산운용본부장인 신석원조합원님은 감사로 참여키로 했습니다. 강우현이사장님, 창립 때부터 도움을 주신 송경용신부님, 한문학을 하신 김영교수님은 고문으로 모셨습니다. 한강조합이 환경, 문화 및 사회적 경제의 융합을 꾀하는 터라, 위 임원들을 비롯해 이사들과 대의원들까지 관련 분야의 적극적인 조합원들로 구성되었습니다. 한강조합의 1기가 명분을 세우고 좋은 분들의 후원을 입었다면, 2기는 조합원들의 활동이 왕성해지고 함께 힘을 모으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총회에서는 21년 제 1 사업으로 ‘여의샛강생태공원 운영을 좀 더 체계화해서 공유지 시민관리모델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로’ 했습니다. 방문하는 시민들을 늘리고, 공원에서 누리는 문화를 더 가치있는 방향으로 만들어서 사회에 영감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제 2사업은 장항습지를 가꾸고, 여강의 대안적 이용 방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3사업으로는 수달을 보호하는 활동을 벌이고, 한강유역의 시민모니터링 체계를 잡는 것 등입니다.
또한 총회에서는 21년의 한강조합 슬로건으로 ‘공감과 웃음으로 흘러라 한강’을 택했습니다. 사회가 침체되고 시민들이 웃기 힘든 때에, 작은 여유와 즐거움이라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자는 취지입니다. 시민들을 강으로 이끌고, 강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들을 더 열심히 벌이자는 계획도 이렇게 연결이 됩니다.
지난 해 한강조합의 슬로건은 ‘행동하는 낙관주의(Optimism in Action)’이었습니다. 조합이 3년째를 맞으며 현실의 쓴맛을 경험할 즈음에, 좌절하지 말고 부딪히며 즐겁게 활동하자는 의도였습니다. 지난 해의 의지가 성공을 거뒀던 것처럼, 올해의 슬로건도 성과로 이어져 사회를 조금이나마 더 밝게 만드는 한강조합이 되겠습니다.
한강조합은 그동안 참 많은 말을 만들고 써왔습니다. 우리의 주장을 꾸준히 다듬어가기 위함이고, 방향과 목적을 거듭 확인함으로써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한강조합의 정체성을 만들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번 총회를 거치며 ‘한강조합’ 답다는 것이 좀더 명확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신나고 즐겁게 일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환대하며, 의미와 성과를 만드는, 이상과 실용이 조화로운 조합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강을 가꾸고 시민들이 즐기도록 하여, 국토의 격을 높이고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미션을 수행하는 조합으로 더욱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21년 한강조합은 힘차게 활동할 것입니다. 선생님들께 더 소중한 한강조합이 될 것이며, 더 좋은 사회를 위한 희망이 되겠습니다. 늘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1. 1. 29.
한강조합 사무국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