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 전에 샛강에는 토끼들이 몇 마리 살았습니다. 사람이 옆에 가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다가오기도 하던 토끼들이었죠. 집에서 키우다가 버린 것이 분명해 보였어요. 그 해 겨울은 추웠는데 토끼들이 겨우내 잘 살아남기를 기원했습니다. 기특하게도 토끼들은 겨울을 잘 이겨냈는데, 어느 봄날 사라졌어요. 누군가 잡아갔나 싶어 씁쓸했습니다.
샛강에서는 박혜영 교수의 <기후 위기가 삶의 위기 – 샛강에서 시작하는 커먼즈(Commons)> 강좌가 4회 열렸습니다. 어제가 그 마지막 강의였는데요. 4강의 제목은 ‘커먼즈, 함께 삶을 돌보는 기술’이었습니다.
알찬 강의 내용들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말들은 이렇습니다. 커먼즈를 돌보려면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 커먼즈의 영역을 계속 늘려야 한다. 모든 존재들에게는 기댈 언덕이 필요하다. 그리고 안심할 수 있는 우정의 네트워크, 환대의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들은 여의샛강생태공원을, 중랑천을, 미호강을 그리고 한강조합을 그런 우정과 환대의 공동체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사랑하고 함께 서로의 삶을 돌봐주는 일. 누구라도 안심하고 찾아오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일. 그런 공간을 샛강에서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중랑천에서 만난 고양이 랑랑이에게도, 샛강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토끼들에게도 기댈 언덕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우리 곁의 존재들에게 눈길과 마음을 내어주는 그런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장마철 건강도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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