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와 백로가 중달네를 걱정하다
“점심은 배불리 먹었어요? 여름철에 더 든든히 먹어둬야 해요.”
“장마가 그치니 살만해요. 먹을 것도 넉넉하고 집도 수해 피해가 없으니 다행이지요.”
“모래톱도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우리 마을에 먹성 좋은 가마우지 주민들이 늘어 좀 소란하긴 해도 참을 만하죠?”
“그나마 중랑천에 물고기가 많으니 나눠 먹어야죠. 우리 애들은 다 커서 독립했어요.”
“지난 번에 보니까 그 댁 애들이 아주 늠름하게 잘 자랐더군요. 애들 어릴 때는 근처 참매가 날아다니면 가슴이 철렁하고 무서워는데, 누구 하나 먹히지 않고 잘 자라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나저나 중달네 소식 들었어요? 이번에 큰비가 와서 그렇게 피해가 컸다잖아요.”
“에구 어쩌나. 지난 봄에 새집이 생겼다고 그렇게 좋아하던 중달엄마가 눈에 선한데, 집이 다 망가져서 어쩐대요?”
“홍수가 졌을 때 떠내려온 쓰레기며 나뭇조각 같은 것들이 집 입구를 다 막아서 형체도 안 보이더래요. 애들 데리고 생동 생추어리인가 한 곳으로 피신은 했다는데 이 여름 어찌 날지 모르겠네요.”
“이웃주민인데 우리가 좀 도와줄 방편이 없을까요?”
“그러게요. 애들 데리고 가서 나뭇가지라도 치우는 일을 거들어 볼까요?”
“애들 시키면 애들이 말을 듣겠어요? 지들 살기 바쁘지. 그러지 말고, 왜 그 한강조합이라고 생동 생추어리 만든 사람들 있잖아요. 최종인, 가는비, 염키호테, 박기철, 로맨 님? 요즘엔 재혁이라는 젊은 청년도 왔다갔다 하더라고요. 그들이 와서 수리를 도와주지 않을라나요?”
“그러네요. 원래 수달집 지어 놓고 무료분양합네 하며 떠들던 인간들이 한강조합 맞지요? 그들이 분양하고 중달네 입주시켰으니, 무상 보수하는 게 맞네요. 그런데 몇 달 전에 짓고 큰 비 몇 번 내렸다고 벌써 망가지다니, 대충 부실공사한 것 아닌가 모르겠네요. 인간 족속들이 날림공사나 부실공사 상습범들 아닌가?”
“그래도 너무 뭐라지 맙시다. 돈 받고 분양한 것도 아니고, 인간들이 강에 튼튼한 수달집 짓기가 쉽겠어요? 지들 아파트도 곧잘 부서지는데 하물며 하천에 수달집을 어찌 튼튼히 잘 짓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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