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92_혹시 기후시민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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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coophangang 등록일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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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92
혹시 기후시민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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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꽃 찔레꽃 
샛강에 찔레꽃이 한창입니다. 한적한 오후에 찔레 덩굴 사이 작은 길을 걷다가 잠시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오가는 이가 없자 마스크를 내리고 눈을 감았습니다. 여름날 같이 더워진 공기와 함께 달콤한 향기가 부드럽게 휘감습니다. 

찔레향은 고향의 향기이고, 유년 시절의 향기입니다. 찔레 향기를 맡고 있으면 어쩐지 허기가 지는 느낌입니다. 이 허기는 그리움으로 이어집니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이들의 얼굴이 찔레 하얀 꽃 더미 사이로 떠오릅니다. 

자분자분 찔레꽃 사이로 걷기 좋은 날들입니다. 6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샛강 기후투어에 오시면 이 행복한 산책을 누리실 수가 있습니다. 

#혹시 기후시민이세요? 
며칠 전 출근길에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전철을 탔습니다. 그 때 제 시선을 붙드는 익숙한 글자가 보였습니다. ‘기후시민 3.5’, 바로 저희 한강조합이 하는 공공예술사업이었어요. 텀블러를 쓰는 사람, 3년째 새 옷을 사지 않은 사람, 채식을 하는 사람, 에코백을 쓰는 사람, 배달을 줄이고 요리를 한다는 사람… 바로 이런 분들이 기후시민입니다. 

‘기후시민 3.5’는 한강조합이 작년 여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한강조합이 주관 단체이고, 많은 문화 예술인들과 환경단체들이 결합하여 함께 하고 있는 캠페인입니디. 저희가 해온 한강유람극장, 강천섬과 동강, 그리고 샛강에서의 기후 캠프, 또한 봄부터 계속 이어오고 있는 기후투어가 전부 이 기후시민 3.5의 일환이랍니다.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참여한 시민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하는 일이 성과를 내는구나 하는 기쁨도 있었지만, 제 일상의 공간에서 어느 날 문득 ‘기후시민 3.5’를 만나니 반가우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작 나 자신은 주변의 친구들에게 기후위기를 얼마나 말했던가, 기후실천을 같이 하고 지구를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하자고 권유한 적이 있던가… 

이런 생각들을 하니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텀블러를 쓰는 게 좋아서 카페에서도 일회용 컵을 쓰지 않는 편이고, 옷은 옛날 옷들도 맞아서 (다행히 ^^) 잘 사지 않기도 하고, 또 건강을 위해서 자가용보다는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또 젊을 때야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기도 했지만, 점차 채소와 과일이 몸에 당기더군요. 그렇다 보니, 어느 정도 지구를 위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위에도 그렇게 간소하게 살아보자고 말을 하지는 못했지요. 

기후시민이 되는 일은 쉽습니다. 맛있는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서 산책길에 마시기만 해도 기후시민이죠. 샛강에서는 매일같이 나무나 꽃을 심고 쓰레기를 줍는 기후실천도 하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심었던 팽나무와 뽕나무들은 작년에 기력이 없어 보여 걱정했는데, 올해 얼마나 생기 넘치게 자랐는지 모릅니다. 이 초록 향연의 샛강 숲에 당신의 나무 한 그루쯤 두시는 것도 좋겠지요.

#노고산 층층나무의 추억 
내일은 스승의 날이라 제 삶의 사표가 되어 주신 스승들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여러 분들이 계시지만, 여전히 저에게 큰 스승이신 분은 평생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셨던 키스터 신부님이십니다. 신부님의 수업을 직접 들은 적은 없습니다. (매우 점수가 짜고 수업이 어렵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 

저는 원래 공부도 잘 못하는 축이었고 학교에서도 두드러진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신부님의 나무심기 활동에 끼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대학 캠퍼스 뒤에는 노고산(늙은 시어머니라는 뜻이라는군요.)이라는 작은 산이 있습니다. 신부님은 평생 그 산에 나무를 심으셨습니다. 전에는 아까시 나무만 있고 빈 땅이 많았던 산에, 층층나무, 산딸나무, 물푸레나무 등 여러 나무들을 직접 사다가 심으셨지요. 

산중에 물이 없으니 조리에 물을 담아 나르는 것도 제가 한 일의 일부였습니다. 신부님은 몇몇 학생들에게 나무심기를 도와 달라 하셨고, 일을 끝내고 나면 사제관에서 맛있는 간식을 건네주시곤 했습니다. 

신부님은 긴 세월 동안 나무심기를 멈춘 적이 없습니다. 몇 년 전 봄에 노고산에 다시 올랐을 때 그 무성한 숲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지요. 제가 신부님을 존경하는 이유는 바로 그러한 자연을 아끼는 마음, 아이같이 맑은 마음과 담백한 삶, 그리고 꾸준함입니다. 

이제 신부님은 합정동에 사셔서 같이 노고산에 나무를 심을 일이 없습니다. 조만간 뵈러 갈 생각인데, 한 번쯤 샛강에서 같이 나무를 심어보자고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어리숙하기만 하던 제자도 이제는 신부님을 따라서 나무 심는 사람이 되었으니 스승의 발걸음을 더디지만 따라가보고 있습니다. 

내일 스승의 날에는 주변에 고마운 스승들을 떠올리고 감사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무탈하게 살아가는 데에는 좋은 영감과 자극으로 이끌어주고 지켜봐 주는 많은 스승들이 있기에 가능했겠지요. 또한 우리도 누군가에게 ‘선생’이 되어주는 책임있는 삶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날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021. 05.14 
찔레꽃 가득한 샛강 숲에서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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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과 물고기에 대한 애정을 가진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기후투어에 초대합니다.
 일정 : 5월 20일(목), 6/2일(수) 중 1회만 참여 
 시간 : 10시~15시 여의샛강생태공원 일대
 참가비 : 한강조합원_무료 / 비조합원_후원금 10,000원 (점심: 오색오미 채식도시락 제공)
    후원금 계좌 : 우리은행 1005-903-602443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후원금은 환불되지 않으며 기부금 영수증이 발행됩니다.
 모집 인원 : 각 회차별 12명 (조합원 우선, 비조합원 후원금 입금순서로 선착순 마감)
□ 문   의: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02-6956-0596 / 010-9837-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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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와 숲에서 배우는 기후변화.
□ 일정 : 5월 18일(화), 20일(목), 25일(화), 27일(목), 6/1일(화), 6/3(목) 중 1회만 참여
□ 시간 : 10시~15시 장항습지 일대
□ 참가비 : 한강조합원_무료 / 비조합원_후원금 10,000원 (점심: 채식도시락 제공)
    후원금 계좌 : 우리은행 1005-903-602443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 후원금은 환불되지 않으며 기부금 영수증이 발행됩니다.
□ 모집 인원 : 각 회차별 12명 (조합원 우선, 비조합원 후원금 입금순서로 선착순 마감)
□ 문   의: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02-6956-0596 / 010-9837-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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