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00_철수와 수용, 그리고 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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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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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00_철수와 수용, 그리고 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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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토요일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는 논습지 생물다양성 교실을 열어 아이들이 모내기를 했습니다.)
한강선생님들께, 
200번째 한강편지를 보냅니다. 

2018년 11월 12일에 ‘흐르는 한강에 띄운 편지’라고 보낸 것이 첫 편지였는데, 어느덧 5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 200번째 편지를 드리네요. 감회에 젖어 1호 편지부터 몇 개를 다시 꺼내어 읽어봅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편지의 내용들이 지금껏 일관되게 구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시는 그런 계획과 꿈들이 과연 실현될지 알 수 없었는데, 오늘 보니 차곡차곡 실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호 편지에는 ‘한반도 평화 무드 덕에 군부대가 철수한 장항습지’ 관리를 협의하고 준비중이라고 써있습니다. 여주 남한강에 있는 여주조절지 생태문화 TF 소식, 한강 발원지 조사, 한강길 기획, 그리고 ‘한강유람단과 같은 강문화 콘텐츠 기획’을 진행한다고 썼네요. 

또 수달 소식도 있습니다. 
‘오는 12월 5일에는 ‘한강 밤섬 수달 복원 프로젝트 토론회’도 한강조합이 주관하여 개최합니다. 이 토론회는 2019년부터 시작될 한강 수달 복원 캠페인의 시발점이 되어 줄 것입니다.’ 

1호 편지에 담긴 이 말처럼, 200호 편지를 보내는 지금은 한강 곳곳에 수달들이 돌아왔고 한강조합은 한국수달네트워크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던 시절의 꿈들이 하나하나 현실로 구현이 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감사하기만 합니다.

저에게 한강편지는 말을 거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강을 매개로 대화하고 마음을 나누는 기회였어요. 많은 선생님들이 저의 편지에 호응해주시고, 때로 답장도 주셨습니다.  이 편지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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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이자 예술가인 이철수 선생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철학을 담은 그의 작품들은 대중의 사랑을 받습니다.)
#제천에 사시는 이철수 화백님께
두 해 전쯤 겨울에 이철수 선생님을 찾아 뵌 적이 있습니다. 온화한 미소로 맞아 주신 선생님과 한강이 하는 일들에 대해,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두루 나누었습니다. 선생님은 세상 일에 대해 걱정도 하시고, 우리 일에 대해 조언도 해주셨지요. 아, 그리고 한강편지를 누가 쓰냐고 물으셨지요. 

제천에서 돌아오고 나서는 편지를 쓸 때 종종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환경을 지키는 일에 참여하면서도, 자연의 가치와 아름다움, 철학을 판화예술에 담는 분이 당신이십니다. 그런 선생님에게 한강에서 만난 생명들과 사람들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좋습니다. 방문했을 때 사모님이 감자와 당근 같은 것을 넣고 뭉근하게 끓여준 스튜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시를 즐겨 읽으신다고 하여, 선생님의 책꽃이에 이제니 시집을 한 권 더 꽂을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꽃. 붉은. 향기. 흩날리며. 어둡고. 사이. 사이. 드나드는. 환하게. 빛. 움직임. 줄기. 몇. 고요하고. 정적. 휘돌아. 나가는. 나뭇잎. 모서리. 돌멩이. 부서진. 이미. 뒤늦은. 거리. 거리. 남겨진. 되찾을 수 없는. 너와. 나. 아닌. 것들의. 기억. 속으로. 휘어지는. 공기. 휘어. 지는. 공기. 휘. 어. 지. 는. 공. 기. 불안의 말들을 받아 적으며 우리는 밝게 움직인다.’
(이제니 ‘우리는 밝게 움직인다’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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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에서 살고, 동강을 지키시는 이수용 선생님)
#동강 소년 이수용 선생님께,
작년에 동강에서 선생님을 뵙고 나서는, 이제 동강 하면 저절로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동강을 지키는 데 헌신하시고, 동강에서 살아가시는 이수용 선생님. 저는 무엄할지는 모르겠지만, 동강 소년이라고 부르고 싶어집니다. 선생님의 맑은 미소가 어린 소년의 그것과 닮았으니까요. 

저를 만났을 때 한강편지를 잘 읽고 계시노라 하셨지요. 겨울철 샛강에서 종종 비오리 여러 마리를 봅니다. 물을 차고 낮게 나는 비오리들을 볼 때면 동강에서 만났던 비오리도 떠오른답니다. 새들은 날개가 있으니 물줄기 따라 여행도 할 것입니다. 동강에서 앞에 펼쳐진 뼝대와 맑게 흐르는 물, 동글동글 조약돌이 즐거운 소리를 내는 강길을 선생님은 매일 보고 또 걸으시겠지요. 한강에서 선생님을 알게 되고, 강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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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초 아이들의 기후실천캠프를 안내하는 김명숙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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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실천캠프 강사, 스태프로 열심히 활동해주신 분들과 함께)
#김명숙선생님께 
지난 번 한강편지에 눈시울을 적시셨다고요. 며칠 전에 저를 보시곤 오래 안아주셨습니다. 가만히, 말없이, 오래 안아주시는 그 마음이 너무 따뜻해서 저도 하마터면 울 뻔했습니다. 

작년부터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샛강을 가꾸는 일에 참여해오신 선생님, 단체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면 척척 사람들을 인솔하고 안내하십니다. 선생님의 크고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자원봉사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더군요. 자원봉사를 마치면 엄청난 양으로 생기는 장갑이며 토시 빨래를 마다하지 않고 해주시고, 뭐라도 빈틈이 보이면 순식간에 달려갑니다. 이렇게 다정하신 선생님을 만나게 해준 한강이 참 좋습니다. 제가 그러듯이, 선생님도 한강에서 나날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매주 이렇게 편지를 드릴 수 있어서 저는 행복합니다. 한강에는 언제나 감동과 아름다움이 있는 사람들과 동식물들이 있지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해드릴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몸과 마음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2023.06.29
한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