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02_매미, 7년 동안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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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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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02_매미, 7년 동안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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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숲에 한국어와 중국어로 매미 포획 금지 안내문을 붙였습니다.)
장맛비가 내리는 날들입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다가 그치면 습하고 무더운 열기가 대기를 감싸네요. 

장마철이면 여의샛강생태공원 운영팀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강수량과 공원 현황을 살핍니다. 서울시에서는 한강홍수통제소의 팔당댐 방류량을 시시각각 알려주고요. 이를테면 이런 식. 
[한강홍수통제소] 팔당댐 방류승인 : 07/11 17:10부터 4,700㎥/s 이내 (증가방류 700㎥/s)

공원팀장님들과 매일 나오시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은 조를 짜서 공원을 순찰하고, 강수 상황에 따라 공원 통제가 필요한지 살핍니다. 안전조치를 할 것도 많아지고요. 작년에는 샛강공원이 네 번 크게 침수되었습니다. 침수 이후 쓰레기를 치우고, 산책로를 보수하고, 쓸려간 벤치들을 옮겨오는 등 무척 바빴었지요. 홍수가 지고 나면, 강과 숲의 생태계에도 변화가 옵니다. 작년에 그나마 좋았던 점은 가시박과 같은 생태교란종의 기세가 꺾여 관리할 일이 한결 줄었던 점입니다. 어쨌든 자연이 하는 일은 자연이 하게 두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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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샛강공원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안전 점검을 합니다.)
#7년 동안의 고독
아시다시피 여의샛강생태공원은 우리나라 1호 생태공원입니다. 여의도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원시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공원이지요. 수많은 시민들의 자원봉사와 노력으로 이제는 멸종위기종 수달도 함께 살아가는 공원이 되었습니다. 저희 한강조합은 이곳을 ‘자연스럽게 열린 습지생태공원’으로 가꾸기 위해 간섭은 최소화하고 식생이나 시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품이 들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시는 분들은 아시더라고요. 

이렇듯 ‘자연스럽게’ 관리하는 공원이다 보니, 곤란한 문제에 봉착하기도 합니다. 자연이 살아있고 숲이 깊다 보니 채집과 포획을 노리는 이들의 생깁니다. 봄이면 갖은 나물을 뜯어가고, 초여름 뽕나무 오디를 털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매미 유충을 잡아가려고 나무들마다 투명 테이프를 두르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남녀 커플이 작정하고 2인1조를 이뤄 테이프를 족족 붙이는 모습을 봤어요. 당장 숲에서 나오게 하고, 그들이 붙인 테이프를 제거했습니다. 그 다음 숲을 둘러보니, 세상에, 수십 그루의 나무에 테이프가 둘러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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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공원 나무들마다 매미 유충 포획을 위해 테이프를 둘러친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샛강에서 공원 모니터링을 일상적으로 해주시는 50플러스 선생님들에게 부탁드려서 조사와 테이프 제거를 해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선생님들이 테이프를 제거하자 이내 하루도 걸리지 않아 다시 붙이고, 숨바꼭질처럼 진행되는 가운데 보복하듯이 나무에 페인트칠을 한 못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선생님 한 분은 ‘전운이 감돈다’는 표현을 하시더군요. 

매미를 생각합니다. 매미는 땅 속에서 7년을 삽니다. 7년 동안의 고독을 견디고 세상에 나오지요. 매미는 본능적으로 나무로 올라갑니다. 느릿느릿 기어서 위로 올라갑니다. 그가 나무 위에서 보낼 단 한 번의 여름. 그 시간은 매미 삶의 절정기일 것입니다. 덥고 습기가 가득한 숲에서, 때로 뜨거운 해가 지나고, 때로 시원한 바람줄기가 지나고, 때로 소나기가 숲을 건너가는 여름. 그 여름 한가운데에서 매미는 나무와 한 몸이 되어 맴맴 울며 살아있는 시간을 감각할 것입니다. 이런 매미들이 땅에서 올라와 나무로 올라가려고 할 때, 나무에 테이프를 둘러 올라가지 못하게 하고 나중에 와서 ‘수거’해가려는 사람들. 그들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같이 지켜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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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조합원인 신향희 선생님이 올려준 매미 사진. c.신향희) 
장마철이긴 해도 샛강의 여름은 활기찹니다. 지난 6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여의샛강 시민참여단 샛강놀자> 팀들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고, 샛숲학교에서도 생태 인문학과 숲 속 요가 같은 수업들이 있습니다. 지난 주말 요가 수업에서는 오신 분들의 표정이 참 느긋하고 평화로워 보이더군요. 또한 청년들이나 기업 단체 자원봉사자들이 연일 구슬땀을 흘리며 샛강의 자연을 가꾸고 있습니다. 매미부터 수달까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이번 토요일 (7/15) 오후에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에서 주관하는 맨발걷기 축제도 샛강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하네요. 누구라도 자연 속에서, 가꾸고 즐기며 더없이 행복하기길 기원합니다. 
 
장마철 안전과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023.07.13
한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