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04_미호강에서 상한 마음을 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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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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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04_미호강에서 상한 마음을 닦다
      이빨을 닦다, 하얀 치아를 보다, 치약 냄새를
                    맡았다 거울 속의 내가
         울음을 터뜨렸는데…… 그 천박한 이유를 모르는 척
                  하는 것은 학살의 대부분이다
(김소연 시 ‘학살의 일부 1’ 부분 인용. 정은귀 책 <나를 기쁘게 하는 색깔>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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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강변 버드나무에 쓰레기와 죽은 풀들이 걸려 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21일)에 진천 미호강에 갔습니다. 그 날은 마침 중복이었고 한낮에는 35도까지 올라 몹시 더웠어요. 바람도 거의 없어 푹푹 찌는 날씨였습니다. 아침에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설치해둔 그늘막도 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더군요. 

강가에서 바라보니 버드나무, 벚나무, 양버들 같은 나무들은 홍수에 떠밀려온 쓰레기들과 죽은 풀들을 휘감고 있습니다. 생생한 푸른 빛으로 강물 옆으로 펼쳐져 있던 달뿌리풀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마치 총부리 앞에 납작 엎드린 사람들 같았습니다. 미르숲 둘레 메타세콰이어 나무들도 홍수가 지나간 후 잎사귀들은 더러 누런 빛깔을 띠고 잠잠히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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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가 휩쓸고간 미호강에는 커다란 쓰레기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희미한 풀벌레 소리만 간간히 들리는 강가에서 사람들은 일을 했습니다. 수해로 망가진 강을 조금이라도 복구해보려고 갔던 것이었어요. 나무에 걸린 비닐들을 걷어내고, 폐타이어와 둥둥 떠내려와 걸린 스티로폼들을 건져 냈습니다. 서울에서 내려간 우리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사람들 10명 남짓, 진천의 대한노인회 봉사자들과 일반 시민들 15명 등 포함해서 환경 정화 활동을 펼쳤는데 하루 동안 큰 마대로 70개를 채웠습니다. 마대에 담을 수 없는 커다란 쓰레기들도 많아 장정들이 영차영차 날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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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쓰레기들.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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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강 천년 농다리 바위 틈에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걸려 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우리 사회에는 여러 죽음이 있었습니다. 그 죽음들은 대부분 시스템의 부재와 부조리, 폭력과 위압에 대한 방관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들도 그 죽음에 책임이 일부 있다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인 송경용 신부님과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화 중에 제가 “신부님, 왜 이토록 성실하게 살고 착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는 것일까요?”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신부님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거예요. 90프로의 사람들은 그렇게 정말 열심히 삽니다. 나머지 10프로, 특히 정치인들이 문제입니다.”  

성실하고 착실히 살아온 분들이 우연히 여러 사회적 참사나 혐오 범죄, 묻지마 범죄로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 보통의 이웃들은 대체로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겨우 살아지는 거라고… 

7월 15일에는 미호강 범람으로 인해 청주 오송 지하차도에서 14명이 돌아가셨습니다. 개별 사연들을 접하며 또 눈시울을 적십니다. 위에 쓴 김소연 시를 소개한 정은귀 교수는 책에서 ‘이 시를 읽던 새벽, 좀 아팠습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요.’라고 쓰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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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가 휩쓸고 간 미호강에서 본 수달 발자국. 수달들은 또 부지런히 살아갑니다.)  
우리 한강조합은 강을 가꾸고 강문화를 즐기는 활동을 합니다. 홍수의 상흔을 크게 입은 곳 중 하나인 미호강에 갔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겨우 쓰레기를 건져내서 나무들과 물 속 생물들을 도와주는 것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작은 활동이 강에서 살아가는 동식물들을 좀 도와주고 동시에 우리들의 상한 마음을 닦아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나절 쓰레기를 걷어내는 동안 봉사자들은 비 오듯 쏟아지는 땀으로 몸이 여러 번 젖었습니다. 그렇게 일을 했지만 여전히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많아 마음에 걸리네요. 

오는 토요일인 29일에는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대대적으로 봉사활동을 합니다. 침수로 인해 진흙을 뒤집어쓴 나무들의 너덜너덜 해진 마음을 봅니다. 작년에 그 나무들은 기를 쓰고 짙푸른 새잎을 냈었죠… 누구라도 오셔서 손을 보태주신다면, 샛강에 사는 나무들과 동물들은 큰 힘을 얻을 것입니다. 봉사자 모집을 하며 ‘1kg 감량 보장’이라고 썼는데,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봉사만 하면 무조건 1kg는 빠질 텐데, 저희가 시원한 음료와 다과를 넉넉히 준비할 것이라서요.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2023.07.27
한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