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216_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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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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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16_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아이들 자라는 시간 청동으로 된 시간 
차가운 시간 속 뜨겁게 자라는 군인들 

아이들이 앉아 있는 땅속에서 감자는 
아직 감자의 시간을 사네 

다행이군요.
땅속에서 땅사과가 아직도 열리는 것은
아이들이 쪼그리고 앉아 땀을 역청처럼 흘리네
(허수경 시 ‘물 좀 가져다주어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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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르숲 볼런투어에서 여행하며 쓰레기를 줍는 한강유람단 사람들)
#청동의 시간
어제 아침(10.18)은 가자 지구에서 들려온 비극적 소식으로 무겁게 시작했습니다. 가자지구의 한 병원이 공습을 당하여 최소 500명이 숨졌다고 BBC와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어요. 

500명의 죽음. 그냥 숫자로만 보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전세계에서 수백, 수천, 수만명의 집단 죽음 소식이 왕왕 들려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 명의 죽음은 한 개의 우주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전에는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난 여름 저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한 개의 우주가 사라졌음을 절감했습니다. 

그렇듯이, 500개의 우주가 한날 한시에 무자비한 공습으로 꺼지고 말았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하마스 중에서 누가 더 나쁘냐, 둘 다 나쁘다, 이스라엘이 훨씬 더 잔혹하다 등 사람들의 의견이 갈립니다. 그 와중에 무고한 시민들은 무수히 죽어가지요. 특히 아이들과 여자들이 훨씬 더 많이 희생됩니다. 

허수경 시인은 그녀의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에서 시집에 묶인 시들을 ‘反전쟁시’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합니다. 독자들은 제목의 ‘청동의 시간’이 전쟁과 파괴의 시간, ‘감자의 시간’이 생명과 삶의 시간임을 금새 눈치챌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서는 현재 청동의 시간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은 감자의 시간을 살기 위하여, 감자의 시간을 지키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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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생태그림책을 읽어주는 세연엄마 강고운 선생님)

#감자의 시간
제주 4.3의 비극을 그린 영화 중 ‘지슬’이 있습니다. 지슬은 감자의 제주도 말이지요. 저는 오래 전에 이 영화를 보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파서 보는 내내 힘들었습니다. 시골 청년이였던 저의 할아버지도 4.3으로 인해 총살을 당하셨기에 더욱 힘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도 유명합니다. 감자를 먹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고, 하루의 고단한 노동을 마친 사람들입니다. 감자는 우리를 땅과 연결해주고, 고귀한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 매개입니다. 

한강조합에는 감자의 시간을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삶을 소중히 살아갈 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을 돌보고 베푸는 분들이지요. 지난 일요일에는 정세연 어린이가 학교 방과 후 교실에서 만든 케익을 들고 엄마랑 샛강센터를 찾았습니다. 일요일 오후이긴 하나 혹시 한강조합 분들이 있다면 같이 나누어 먹고 싶다는 마음에서요. 마침 50플러스 선생님들과 염대표님 등 몇 분이 계셔서 맛있는 케익을 나누어 먹었어요. 세연엄마인 강고운 선생님은 지난 번에 호박죽을 한 통 (엄청난 양이었어요.) 끓여서 한강조합 직원들에게 대접하기도 했습니다. 어제는 윤중초 아이들을 위해 생태동화 구연도 하셨다고 해요. 세연과 세연엄마야말로 감자의 시간을 사는 사람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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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케익을 같이 나누어 먹고 싶다고 한강조합에 찾아온 세연어린이와 환히 웃는 염형철대표)

이정은 조합원님도 있습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하여 샛숲지기 봉사하려고 샛강센터에 들렀습니다. 산책로 왕모래를 쓸려고 5천원짜리 빗자루도 하나 샀다고 해요. 샛강숲길을걷는사람들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선생님들도 산책로를 단장하고 교란종을 뽑기도 하며 시민들이 샛강숲을 쾌적하게 이용하도록 돕습니다. 이들도 감자의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진천에서도 감자의 시간을 살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난 토요일(10.14) 한강유람단은 진천 미호강 미르숲 일대를 여행하며 버려진 쓰레기들을 많이 주웠습니다. 지난 여름에는 드림잇 청년 봉사자들이 쓰레기를 줍고, 한강조합 활동가들이 교란종을 뽑기도 했으며, 현대모비스 임직원들이 나무를 심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들 덕분에 미호강과 미르숲 일대에서 살아가는 수달, 원앙, 삵, 미호종개, 버드나무들이 감자의 시간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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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진천포럼에 진천 지역 주민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사람과 동식물이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하여 생물다양성 진천포럼(생다진천 포럼)도 10월 18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예부터 토지가 비옥해서 살기에는 진천이 좋다는 의미인 ‘생거진천’에서 착안하여 생다진천이라고 이름하였습니다.) 진천 주민들과 진천군 관계자들, 그리고 생다진천 운영위원님들이 함께 포럼에 참여하여 열의가 대단했습니다. 멀리 중동에서의 전쟁 소식에 마음이 무겁지만, 우리 곁에는 감자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이 많아 얼마나 다행인지요. 

이제 샛강숲에도 참느릅나무와 뽕나무들에 곱게 단풍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생명과 교감하고 주위를 돌보며, 행복한 감자의 시간을 사시기를 응원합니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2023.10.19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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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여행인 Voluntour에 참여중인 석락희 한강유람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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